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의 인수합병(M&A) 손길이 금융·레저에서 에너지 부문까지 뻗쳤다. 친구들과 함께 지난 1992년 3만8,000위안(약 687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20여년 만에 글로벌 M&A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푸싱그룹을 일군 궈광창 회장은 중국판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그 자신이 버핏을 롤모델로 삼고 있고 보험을 통한 자금조달 등도 버크셔해서웨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19일 중국 경제일보에 따르면 푸싱그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주 방문에 맞춰 8월부터 추진했던 호주 석유탐사 및 생산기업 'ROC오일' 인수를 마무리했다. 푸싱그룹은 4억3,900만호주달러(약 4,208억원)을 들여 ROC 오일 지분 92.6%를 확보하며 향후 석유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ROC오일은 호주증권거래소(ASX) 상장기업으로 중국·말레이시아·호주 및 영국 등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ROC오일의 일평균 생산량은 7,263배럴을 기록했으며 영업수익은 2억5,000만달러, 9,600만달러의 순익을 창출했다. 궈 회장은 "에너지 사업은 푸싱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 및 부동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푸싱그룹은 2010년 이후 글로벌 M&A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럭셔리리조트 '클럽메드'를 악사프라이빗이퀴티와 함께 인수해 글로벌 M&A 시장에 푸싱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후 미국 뉴욕 체이스맨해튼플라자를 7억2,500만달러에 매입하고 런던의 로이즈챔버스빌딩을 1억200만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일본 부동산 기업인 이데라캐피털매니지먼트를 인수하고 8월 도쿄 시내 25층 빌딩을 매입하며 일본 부동산을 사냥하고 있다. 푸싱인터내셔널은 그리스 면세점 운영권은 물론 주얼리 제조업체 폴리폴리와 럭셔리패션 브랜드 라파엘카루소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M&A도 활발하다. 1월 포르투갈 최대 보험사인 '카이자 세구루스 에 사우데'를 1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자산운용과 사모펀드를 적절히 활용해 지분취득 등으로 철강과 광산업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푸싱그룹은 한국 금융업 진출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LIG보험 인수전과 KDB생명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이 현대증권 매각일정을 내년으로 미룬 상황에서 푸싱그룹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기 위해 홍콩 하니증권을 인수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와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푸싱그룹 등 3곳이 참여해 실사를 마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험회사를 인수해 장기 투자재원을 조달하려는 사업 패턴은 '투자의 귀재'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닮아 있다"며 "과거 궈 회장이 '버크셔해서웨이를 모방하려 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M&A의 귀재로 불리는 궈 회장은 1967년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240km 떨어진 저장성 헝디엔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18세 되던 해 상하이 명문대인 푸단대 철학과에 입학하며 그의 비즈니스는 시작됐다. 친구들과 3만8,000위안(약 687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궈 회장은 1993년 간염항체진단기를 팔아 1억위안을 벌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7년 뒤 궈 회장은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제약사 등을 인수하며 푸싱그룹의 기반을 만들었다. 2010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궈 회장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순자산만도 57억달러에 달해 중국 8대 부자에 올랐다. 푸싱그룹의 기업가치는 현재 480억달러나 된다. 가난한 철학도였던 그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