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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만물 평등' 그림으로 승화

3년만에 개인전


만개한 꽃나무와 꼬리를 흔드는 개, 누워서 빈둥대는 사내와 바가지 긁는 아낙, 아담한 집과 골프, 물고기, 배…. 화사한 색감과 명랑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중견작가 이왈종(63)의 그림 속 풍경이다. 3년만의 개인전이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1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 역시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 1991년 홀연히 제주로 내려가 작업에만 매달려 1년에 겨우 3~4번 서울에 들른다는 작가의 얼굴에는 도인과 화가를 겹쳐놓은 듯한 여유로운 미소가 흐른다. “원래 불교 용어인 ‘중도’는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 치우치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죠. 예술의 목표는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승화하느냐의 문제인 만큼 꽃은 크고 집과 사람이 작은 것은 만물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신작에는 특히 골프 장면이 많다. 작가 자신이 골프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나 “골프를 하다보면 인간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내기 골프는 꼭 전쟁터 같다”는 이유에서다. 골프장 한쪽에 그려진 탱크는 전쟁 같은 삶을 의미한다. 작품을 차분히 보면 중간중간에 숨어있는 해학적인 춘화도 만날 수 있는데 작가는 “남녀의 사랑은 세상의 근원”이라며 희끗한 머리를 쓸어올린다. 각기 다른 춘화를 그린 18개의 골프공도 전시중이다. 안빈낙도를 보여주는 작품 속 소박한 집처럼 작가는 마음이 넉넉하다. 전시기간 대부분 갤러리에 나와 있어 도록을 구입한 관람객에게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게 인기다. 회화부터 조각까지 그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100여점이 전시된다.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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