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이종석 前통일부장관 대담:황인선 부국장대우 겸 정치부장"남북정상회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경협등 남북관계 질적도약 계기 기대 불구'북핵불능화 시한'등 합의할 수 없는것도 있어北요구 경제지원 상상못할 규모는 아닐것 정리=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지원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아닐 것입니다. 일방적인 지원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종석(49ㆍ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정상회담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남북 정상 두 분이 합의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북핵 불능화를 언제까지 달성하자는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이 전 장관을 연구실에서 만나 이번 회담의 추진과정과 의미ㆍ전망 등을 들어봤다. -장관 재직 시절 대북정책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제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소감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이미 6ㆍ15 공동선언 때 합의돼 제가 국가안정보장회의(NSC)에 참여하고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추진했지만 여러 여건상 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물러난 뒤에라도 실현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 나서기로 한 배경을 어떻게 보십니까. ▦남북은 2005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특사로 방북, 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가 날짜를 잡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 핵 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담판을 해야 겠다는 뜻에서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우리가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6ㆍ15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6ㆍ15 공동선언이 냉전체제를 해체한 것이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질적인 도약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남북이 동북아시대 경제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양측이 모두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비통제문제 논의에서 좀더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떤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십니까. ▦정상회담 특성상 노 대통령의 솔직한 협상방식 등을 고려할 때 폭 넓은 주제들이 다양하게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1차 회담 전례를 봐도 주제의 제안 없이 논의가 됐습니다. 우선 북한 핵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핵 문제에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남북간 경제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인도주의적인 문제들이 논의될 것입니다. 북쪽에서는 통일 방안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떤 형태로 진행시켜나갈지도 의견 교환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논의되더라도 모든 것을 합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남북 정상 두 분이서 합의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북핵 불능화를 언제까지 달성하자는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반걸음 앞서야 한다는 참여정부의 원칙과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 상충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여정부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선순환적으로 풀어간다고 꾸준히 말했었습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안보 위협에서 부분적 조정은 있어야 했었습니다. 특히 지난번 2ㆍ13 합의를 전후해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6년 만에 바꿨습니다. 미국의 정책전환을 우리는 협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우리가 주장했던 대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대미 협력을 공고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잠정적 시기는 끝났습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북핵 문제에 영향을 줘야 합니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는 일정하게 발전하면서 북핵 문제의 진전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금이 갈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선순환에 대해 미국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한과 미국ㆍ중국 등 4개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4개국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후 곧장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4개국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이뤄질 때 성사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은 대북지원 문제를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10억달러 규모의 대북지원 얘기도 나오는데 구체적인 경제사업은 무엇인지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것을 언급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북한 경제를 안정적으로 회생시키고 우리 경제가 그 과정에서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원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만큼의 금액으로 제기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숫자는 아닐 것입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이 10억달러 정도 됩니다. 우리가 다 써보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더 과감하게 쓸 여건이 안됐습니다. 남북 정상이 합의를 해도 협력기금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력기금의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원 정도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그 규모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예산의 1%만 지원해도 2조원을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오랫동안 남북관계를 연구하거나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기업은 시장의 논리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에도 이익이 나는 경우에만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기업이 지금 당장의 불안정한 요소를 뚫고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것은 미래 시장을 보고 하는 것입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근본적인 변화기간을 20년으로 봅니다. 기업들이 통일경제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장관을 지내신 학자로서 삶을 이끌어준 멘토가 있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임동원ㆍ박재규ㆍ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남북 통일시대를 대비해 실사구시적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내년에 안식년을 갖고 해외에서 휴식하며 차분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상회담 대표단에 조언하실 부분이 있습니까. ▦많은 의견을 들어서 지혜를 모으는 것이 좋겠습니다. 많은 것을 성취하면 좋겠지만 실사구시적인 측면에서 차분한 자세로 준비했으면 합니다.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져도 양측 정상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선용 회담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나옵니다만. ▦국민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이 보는 시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상회담을 정치적인 의도로 하지 않는 것은 명확해요. 정치적 이용을 반대하는 것과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것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3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 말고 대표적인 공단으로 염두에 둘 만한 곳은 어디입니까. ▦일단 개성공단의 성공이 중요합니다. 물론 나진ㆍ선봉 등의 지구도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요. 북한도 시장경제가 통하는 경제특구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외에 지금 어디가 좋다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기업들이 대북사업을 검토하다가 실효가 없어 한쪽으로 제쳐둔 사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북아에서 북한이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핵과 상관없이 상당히 시장화로 왔지요. 우리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안보불안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종석은 어떤 사람 참여정부 안보라인중 포용정책 상징적 인물 북한문제 정통한 진보·소장학자…보수진영·野선 ‘北의 세작’ 비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재임 당시 참여정부의 안보라인 중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혀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핵심 참모로 외교ㆍ안보 분야를 조율했다. 지난 2003년 3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지난해 2월 통일부 장관에 전격 발탁되며 대북정책을 총괄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전 장관이 이재정 현 통일부 장관에게 바통을 넘겨주기까지 대북정책을 챙겨왔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2차 남북 정상회담도 이 전 장관이 기획하고 추진해온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2차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3년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과 구조변화 연구'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북한 문제에 정통한 진보ㆍ소장학자로 주목받았다. '비판적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북한 사회를 연구, 학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파와 야당에서는 그의 진보적 학문 스타일을 놓고 '북한의 세작(간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자주파' 인물로 꼽혀왔다. 그는 미국 등 동맹국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지난 3년간 국방부 증대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대한민국은 자주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라며 "독도 현실이 그런 점을 보여준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을 두고서 역대 통일부 장관 중 가장 운이 없었던 장관이라고 혹자는 평가한다. 그가 취임한 후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 지난해 5월 역사적인 경의선ㆍ동해선 철도시험 운행을 하루 앞두고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좌절했었다. 이후 7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발사를 실시한 뒤 남북 장관급 회담마저 도중에 결렬됐으며 10월에는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난해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퇴임한 지 만 8개월이 올 8월 말부터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말이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어울릴 듯싶다. ◇약력 ▦1958년 경기 남양주 ▦용산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 연구위원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제1분과(정치ㆍ행정) 위원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센터장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ㆍ통일ㆍ안보분과 위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차관급) ▦통일부 장관, NSC 상임위원장(겸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시간 : 2007/08/12 17:06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