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어놓은 'P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위기'의 주역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은 아직 뚜렷한 재정적자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이 의회에서 가로 막혔고, 스페인 정부는 재정적자 해결보다는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인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더 여력을 쏟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의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부결시키고 오히려 일부 자치정부의 부채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3%까지 치솟은 재정적자 문제의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집권 사회당 정부로서는 큰 난관에 빠지게 됐다. 앞서 정부는 공무원 감축과 임금동결 등의 공공 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오는 2013년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 권고치인 3%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상황인 포르투갈은 야당이 자국령인 마데이라ㆍ아조레스 등 2개의 제도들에 대한 정부교부금 증대와 자치정부의 부채증가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에 대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페르난도 도스 산토스 재무장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들 제도에 재정지원을 하는 조치들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르투갈 의회의 이날 표결 결과는 유럽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유럽 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갔다.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포르투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 국채)은 32bp(1bp=0.01%포인트) 오른 226bp를 기록했다. 또한 포르투갈텔레콤의 CDS 프리미엄이 32bp 오르는 등 금융시장에선 기업들의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다른 주역인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 평균(10%)의 두배에 가까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에 주력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날 재계와 노동계 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 실업률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각종 규제의 개혁방안을 내놓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방안은 독일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택하고 있는 '단축 근로제'와 유사한 것으로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을 계속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또한 미숙련 청년층과 파트타임 고용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게라르도 디아스 페란 스페인경제인연합회(CEOC) 회장은 "정부는 고용시장 대책은 방향을 올바르게 잡았다"며 "재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EU 순회의장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스페인이 경제적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을 지원받을 필요는 없다. 스페인은 강하고 건실한 금융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국가부도 위기설을 일축했다. 마리아 테레사 데 라 베가 스페인 부총리도 "우리는 배를 조정할 수 있고 계획도 갖고 있다"며 가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스페인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의 CDS 프리미엄은 17bp 상승한 164bp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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