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환급이 主타깃… 제한·금지 관철 주력할듯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진행됐던 한ㆍ유럽연합(EU) FTA에서 EU 측 협상대표단은 줄기차게 "KORUS(한미 FTA 호칭)와의 패리티(Parityㆍ균형)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EU와의 FTA 협상을 상품시장 개방에서부터 비관세장벽까지 한미 FTA를 기준으로 해 균형을 맞춰달라는 것이었는데 당시 우리 측 협상대표는 "EU의 협상전략은 오직 미국과의 균형만을 맞추려고 한 것 같다. 참으로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긴 협상기간을 거쳐 한ㆍEU FTA가 타결된 뒤 이제는 미국이 반대로 한미 FTA과 한ㆍEU FTA와의 균형을 추가 협의의 카드로 들고 나왔다. 자동차 등의 협상 결과를 한ㆍEU FTA와 비교해보니 EU에 비해 불리한 내용이 있는 만큼 이를 다시 협의해 조정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한ㆍEU FTA와 '균형'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의 관세환급 분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한미 FTA 쟁점 논의를 위한 양측의 실무협의에서도 미국은 우리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 완성차를 팔 때 부품 수입분에 대해 낸 관세를 되돌려받는 관세환급제의 '제한 또는 금지'를 요구했다. 관세환급은 한국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부품 수입분에 대해 낸 관세를 되돌려받는 제도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지난해 이 제도로 돌려받은 관세가 2,000억원을 넘는다. 미국은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 초기부터 관세환급 금지를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분야 협정문 부속서 등을 근거로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미국이 결국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관세환급제도 인정은 한미 FTA 타결 당시 우리나라가 주요 협상 성과 중 하나로 내세웠던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달 공식 서명한 한ㆍEU FTA에서는 EU 측이 마지막까지 이 제도를 반대하면서 결국 관세환급제를 인정하되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관세환급액을 5%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본 미국이 FTA 협상에서 EU에 비해 자국이 더 불리하다고 판단, 이를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도 '한ㆍEU FTA에서는 있지만 한미 FTA에는 관세환급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면서 "유럽과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FTA 정부 자문단을 맡고 있는 FTA 협상 관련 전문가도 "한ㆍEU FTA를 타결지을 때 자동차 관세문제 환급 문제는 나중에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이미 파악했던 분야"라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환급의 '제한이나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받아 낼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게 이유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잘 이뤄질지는 현재로는 미지수"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연비규제는 완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정부도 (자동차) 연비규제 면에서 규정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서로 협의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비규제는 FTA 협정문이 아닌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환경부가 마련 중인 '연비ㆍ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 고시'만 고치면 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그만큼 부담이 작다는 해석이다.

◇한미 FTA와 한ㆍEU FTA의 자동차 분야 주요 차이점 ■한미FTA -한국 자동차 관세 8% 즉시 철폐 -미국은 소형차 관세 2.5% 즉시 철폐, 대형차(3000㏄이상 급) 관세 3년에 걸쳐 철폐 -자동차 관세환급 규제 조항 없음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스냅백 조항(관세를 되 물리는 조항) 있음: 기대되는 이익을 저해할 경우로 한정 -미국 안전기준에 따라 생산된 자동차 연간 최대 6,500대까지 한국 판매 가능 ■한ㆍEU FTA -한국 자동차 부품 관세 8% 즉시 철폐, 중ㆍ대형 승용차 관세 8% 3년 철폐, 소형승용차 관세 8% 5년 철폐 -EU, 자동차 부품 관세 4.5% 즉시 철폐, 중ㆍ대형 승용차 관세 10% 3년 철폐, 소형승용차 관세 10% 5년 철폐 -한국 측 대부분의 트럭관세 즉시 철폐 -EU 트럭관세 22%는 3~5년간 점진 철폐 -스냅백 조치가 허용하지 않음 -관세환급 5년 뒤 5% 이내로 제한 가능 -한국이 EU기준에 맞춰 한국의 안전기준 일부를 조정할 것에 대한 합의조항이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