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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4월 13일] 구조조정보다 일자리가 먼저
입력2009-04-12 18:24:52
수정
2009.04.12 18:24:52
우리 사회에는 좋건 싫건 '외환위기 학습 효과'라는 게 있다.
최근 경제위기 이후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 가치가 떨어지자 국민들은 오히려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게 그 예다. 지난해 말에는 정부가 기업ㆍ금융기관들의 회계장부 관리를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자 일부 기업ㆍ개인들은 한몫 잡으려고 달러를 무더기로 사들이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 모두를 위해 외환보유액마저 헐었는데 경제주체들은 한몫 잡을 기회로 이용한 것이다. 외환위기 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 학습해놓은 탓이다.
이 같은 외환위기의 추억은 정책 측면에서도 남아 있다. 지난 1997년 위기극복을 가능하게 했던 정책 수단을 그대로 갖다 쓰려 한다는 얘기다. 최근 구조조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증시 등 일부에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주도의 인위적이고 강력하며 신속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구조조정 이후 미래의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고용 감소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 확보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일자리를 희생하더라도 오랫동안 누적된 대기업 부실의 청소가 급선무였다. 반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기업 부실이 아닌 외부에서 시작됐다.
더구나 우리 기업은 과거 10년 동안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갖춘 탓에 다른 나라보다 체질이 훨씬 더 튼튼하다. 일시적인 유동성만 공급해주면 살아날 기업들이 널려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평상시처럼 채권단이 중심이 돼 현재의 저금리나 정부지원책에도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만 솎아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미 다른 나라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서까지 자국 기업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지 않는가.
현재 위기탈출의 최우선 과제는 구조조정보다는 고용 증대다. 고용 대란은 계층 갈등, 가정 붕괴, 범죄 증가 등 여러 사회 문제는 물론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침체의 가속화, 금융 건전성 악화, 기업도산 증가 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의 원인이 다르다면 처방도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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