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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CEO와 덕치(德治)경영
입력2004-10-13 16:56:04
수정
2004.10.13 16:56:04
이학갑 전 대림요업 사장·요가라이프 광화문 지부 회장
‘홍도야 울지 마라’를 한 자로 말하면 ‘뚝’이란다. 불교사상의 핵심을 담고있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요약하면 마음 ‘심’이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규모와 여건은 달라도 기업의 최고경영기법은 ‘덕’ 즉 덕치(德治)경영이 아닐까.
필자는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몇 년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행운이 있었다. 아울러 간간히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대학에서는 제자들에게 덕치경영을 항상 강조했지만 정작 ‘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면 똑 소리 나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CEO자리를 떠난 입장에서 덕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뜻으로 생각된다.
먼저 ‘덕(德)’이라는 글자를 나눠보면 행한다는 뜻의 ‘행(行)’과 十四 가지, 一 心으로 구성돼 있다. 다시 말해 열 네 가지를 한 마음으로 실천하라는 뜻이 분명하다.
첫째, 부의(父義)ㆍ모정(母情)ㆍ우애(友愛)ㆍ존경(尊敬)ㆍ효성(孝誠)으로써 아버지의 의리, 어머니의 애정, 동생을 친구같이 대하는 마음, 형을 존경하는 마음, 부모를 정성껏 섬기는 마음의 다섯 가지.
둘째, 선행(善行)ㆍ보시(布施)ㆍ자비(慈悲)ㆍ이타(利他)로써 남을 돕는 착한 행동과 남에게 베푸는 마음, 긍휼히 여기는 마음, 남을 돕고 내 몫을 덜 챙기는 고운 마음가짐의 네 가지.
셋째, 불유(不有)ㆍ불시(不恃)ㆍ부제(不帝)로써 자식도 성년이 되면 내 품에서 놓아주듯 기업도 공개하면 모든 주주들의 소유로 돌리고 자기가 이룬 공은 자랑하지 말며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군림하지 말아야 한다는 세 가지.
넷째, 이웃 사랑, 원수 사랑의 두 가지로써 끊임없이 부하 사랑, 고객 사랑, 주주 사랑, 회사 사랑, 언제나 상대의 어렵고 힘든 입장을 헤아려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고객을 까다롭다 생각하지 말고 고객은 신이요, 왕이요, 폭군이라고 여기며 정성껏 모셔야 함은 물론 경쟁사나 거래처와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는 기업의 존폐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법정의 해결을 피하라는 뜻이다.
이 같은 덕목은 우리가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배운 그대로다. 혹시 구시대적이요, 종교적ㆍ도덕적 용어로 여겨질지 몰라도 이는 모두 성현의 말씀인 만큼 진리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CEO는 5감(정의감ㆍ사명감ㆍ책임감ㆍ만족감ㆍ위기감)과 5력(판단력ㆍ결단력ㆍ추진력ㆍ용병력ㆍ인내력)의 소유자가 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의 덕목이 몸속 깊이 배어 있을수록 존경받는 CEO로 평가받을 것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누군가와 만나고 어울려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는 부모를, 학생은 스승을, 국민은 지도자를,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잘 만나야 하듯 비즈니스맨은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상사를 잘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일생의 행복지수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CEO는 훌륭한 교육자가 돼야 하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서울에 가면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날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잘 나갈 땐 권위주의적, 강압적 자세를 취하다가 어려울 때는 우유부단하게 꽁무니 빼는 자세로 경영을 하게 되면 직원들로 하여금 눈치 보는 직장, 비전 없는 직장, 퇴근해서 상사 욕만 하는 회사가 된다.
말단 신입사원과도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부하 같은 CEO, 까다로운 고객과도 흔쾌히 상담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CEO, 두둑한 배짱과 언제나 재미있는 유머로 직원들의 입가에 미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CEO, 따스한 정이 담긴 부드러운 말로 가르쳐 주고 어려운 일에는 앞장서고 공은 부하에게 돌리는 CEO, 사소한 아이디어도 경청하며 자그마한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않는 열린 자세의 CEO, 그런 CEO가 베스트 최고경영자다.
진정으로 좋은 회사란 연봉이 많고 조직이 큰 회사가 아닐지라도 분위기 좋은 회사, 모든 직원들이 우리 회사 최고, 우리 회장 최고, 우리 사장 최고라고 회사 밖에서 자랑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닐까.
나라가 어려울 때는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고 가정이 힘들 때는 어진 아내가 필요 하 듯 지금은 나라경제가 아주 어려운 만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직원들로부터 신뢰받는 CEO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대한민국의 모든 CEO들이 덕치경영으로 회사발전, 나라발전에 훌륭한 주역이 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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