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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검진없이 문진표 작성만으로 정상판정

獨 항공기 추락사고, 부조종사 고의하강 탓 '충격'… 국내선 조종사 정신검증 어떻게


검진 맡은 전문의 134명중 정신과 의사는 단 1명 뿐

정신질환 여부 판별 위해선 병력조회 가능케 관련법 개선

진단 기록 제출 의무화해야


지난 24일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독일 항공기 추락사고가 우울증 치료 등을 받은 부조종사의 고의 하강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는 가운데 국내 조종사에 대한 정신검증도 지나치게 허술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종사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의료진단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국토교통부와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제1종(운송·사업용) 항공신체검사 대상 항공기 조종사 3만6,124명 가운데 3만5,963명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조종사는 전체의 0.45%인 161명에 불과했다. 항공신체검사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시력·청력·순환기·정신질환 등 14개 분야를 점검 받는 것으로 합격 판정을 받아야 조종면허를 이어갈 수 있다.

항공신체검사에서 99% 이상의 조종사들이 합격 판정을 받는 것은 항공신체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신체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대한항공부속의원 등 27개이며 항공전문의사는 134명이다. 항공전문의사는 내과·안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로 구성돼 있지만 정신과 의사는 1명뿐이다. 2013년 3,022명의 조종사들이 항공신체검사를 받은 대한항공부속의원에조차 정신과 항공전문의사가 없다.



정신검증 역시 허술하다. 조종사의 우울증·알코올중독 등 정신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점검 항목은 오로지 자가진단에 의존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항공신체검사를 받을 때 신청서에 의식상실 여부, 두통, 정신이상 등 주요 병력을 직접 기재하고 있으며 별도로 정신과 의사의 검진을 받지 않는다.

국토부도 정신검증 등 항공신체검사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해 개선을 추진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조종사의 1년간 의료진단 기록을 제출 받아 정신과 진료 경험이 있는 조종사를 정밀진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3자에게 진료 기록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본인의 동의를 받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기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항공자격과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 개인병력을 조회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아직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조종사가 자가진단에서 과거 병력을 속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독일 항공기 사고를 교훈 삼아 항공기 조종사에 대한 정신질환 점검을 강화하는 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변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일부 대학병원 관계자들을 통해 항공신체검사가 허술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민안전을 위해 항공신체검사 시 정신검증 과정을 강화하고 조종사들의 의료진단 기록을 조회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논의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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