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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로 하여금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한 작가. 르네상스 이후 400년 가량 서구 미술계가 구축해 온 신화·종교적 주제에서 벗어나 주목받지 못하는 농민들의 삶과 일상 생활을 눈여겨 보기 시작한 첫 번째 화가. 그리하여 '모더니즘' 예술의 서막을 연 인물.
고단한 농민의 삶을 거대한 화폭의 주인공으로 올려세운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이삭 줍는 사람들'과 '만종'의 화가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걸작들이 한국에 온다.
서울경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최하고 한국일보 문화사업단이 주관하는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전이 오는 25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밀레의 작품을 그의 고향인 프랑스 오르세미술관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단일 소장처로는 밀레 그림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밀레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기획한 것이다. 일본 등지에서 열린 세계 순회전의 마지막 도시로 서울이 낙점돼 한국 관람객을 만나게 된 것.
눈여겨 볼 작품은 보스턴 미술관이 '밀레의 4대 걸작'으로 꼽는 '씨 뿌리는 사람'과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 '양치기 소녀'다. 이들 작품의 국내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씨 뿌리는 사람'은 반 고흐가 같은 자세, 같은 제목의 유화 모사작을 6점이나 남겼고, '감자 심는 사람들' 또한 동일한 구도의 드로잉을 20점 이상 그리는 등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반 고흐는 300여점 가까이 밀레의 작품을 따라 그리면서 화가의 지향점을 좇았다.
밀레는 반 고흐 뿐 아니라 인상주의 탄생에도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전시를 주관한 한국일보 문화사업단의 서순주 박사는 "밀레 이전의 미술사조는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바로크,로코코,신고전주의,사실주의,낭만주의로 이어지며 영웅적 내용, 신화나 성서이야기 등 비현실 주제를 다루었으나 밀레는 그같은 전통을 타파하고 현실의 삶을 작품의 주제로 등장시켰다는 점이 획기적이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밀레는 씨 뿌리는 농부를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영웅적 모습으로 표현하거나 양치는 소녀를 마치 관객 위에 군림하는 듯한 구도로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화가들에게 일상을 소재로 작가 주관에 의한 작품제작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 밀레를 모더니즘 예술의 시작점으로 보는 이유다. 빛의 효과를 화폭에 구현한 것은 인상주의의 서막을 보여준다.
한편 밀레는 때묻지 않은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농민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해 파리 남부 바르비종으로 활동지를 옮겼다. 그와 함께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데오도르 루소, 콘스탄트 트루아용, 클로드 모네 등이 함께 활동하며 '바르비종 화파'를 형성했고 자연주의 미술로 분류되는 이들은 훗날 풍경화를 독립된 장르로 자리잡게 했으며 인상주의 미술이 태동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들 바르비종파 20명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총 64점의 전시작은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밀레가 남긴 미술사적 의미를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동시에 바르비종파 미술운동의 흐름까지도 아우르며 인상주의 탄생의 배경을 보여준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1588-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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