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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월 08일] 기업이 뻗어나가려면

사업차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다녀오려면 며칠이 걸릴까.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짧게 잡아도 4박 5일의 일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항공료와 4일간의 호텔 숙박비가 만만치 않다. 물건을 팔기 위해 연중 해외출장을 다니는 중소기업에게 적은 부담이 아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교통비는 어쩔 수 없더라도 이동은 밤에 함으로써 자고 먹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능성 달걀을 개발해 미국 농무부(USDA)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기 위해 6개월 사이 쉰 차례나 미국을 다녀온 모 지방기업 대표는 무박 5일의 출장을 애용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LA 상품전에 참가해 연간 수백만달러나 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성사한 뒤 필자에게 토로한 그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기능성 달걀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관계 기관을 찾아다녔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고 했다. 공산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그는 혼자 힘으로 농축산품으로도 거액의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내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기업인들의 눈물 나는 노력은 수없이 이어졌을 것이다. 이 기업인을 통해서 두 가지 시사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규제와 고비용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은 원가를 절감하고 능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이것이 생존법칙이고 시장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제도는 공익과 원칙에 얽매어 있어 기업활동에 오히려 장애를 주기 일쑤다. 예를 들어 정부가 가동 중인 공장부지 일대를 녹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버리면 생산활동의 제약이나 이전비용 등의 문제가 생기고 공용부두에 시설이 부족하다 해서 야간접안을 허용하지 않으면 원자재의 적기조달이 어려워 생산에 차질을 빚는 문제가 생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건설에 따라 토지를 수용당한 기업이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 공장을 세우려고 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무는 것도 이중삼중의 고통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플랜트와 조선업의 호황으로 관련 업종이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싶어도 인근 지역이 절대농지로 묶여 있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외자를 유치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잘 돌아가는 기업마저 해외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무박 오일로 잠자리와 끼니를 때우며 동분서주하는 기업인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둘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피해의식에만 젖어 있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미국과 FTA를 맺을 경우 우리가 제조업은 유리하나 농축산업은 불리하다는 것이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대표적인 주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느 업종이고 절대로 유리하거나 절대로 불리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창의와 노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치면 얼마든지 불리를 유리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혁신으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기하지 않으면 해외진출은커녕 국내시장에서도 퇴출되는 것이 냉혹한 기업의 세계다. 무역협회가 출범한 지난 1946년 창립멤버로 참여한 무역회사는 105개사였으나 6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중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물산과 경방 2개사에 불과한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농축산의 종가인 미국에 수출길을 연 사례는 비단 기능성 달걀뿐만이 아니다. 이번 LA 상품전에 참가한 또 다른 기업은 전자레인지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냉동 부침개와 돈가스 등의 제품으로 45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해 차별화된 제품으로 나서면 미국시장에서도 우리 식품은 얼마든지 환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세계시장은 분명 열려있고 우리도 시장을 열어야 한다. 열린 세상에서는 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뛰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화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우리 기업이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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