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의 무게만큼 버거웠던 두 달이 지나갔다. 고대하던 메르스 종식 선언 소식에 거리를 거니는 인파에서는 간만의 온기가 느껴진다. 돌이켜 보면, 지난 두 달간 우리 의료진들은 긴장과 고독 속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치명적인 ‘메르스’. 필자가 소속된 보훈병원은 70세 이상의 복합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이 환자의 주를 이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월부터 메르스의 슈퍼 전파성을 감지한 병원장을 사령탑으로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자체적으로 행동 매뉴얼을 작성해 병원 내 의료진들에게 전달하고, 감염관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5월 말, 무서운 기세로 메르스가 전파되어 감에 따라 우리병원 역시 신속히 선별 진료소를 구축해 1차 국민안심병원으로 선정되었고, 국가유공자분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처해나갔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인근 국민안심병원들에서 차례로 감염자가 발생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환자들이 몰려들어 숨 막히는 사투가 지속됐다.
응급상황 초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기에 인력·장비·물품이 공급돼야 한다는 점인데, 초반 장비나 물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점차 정부차원에서도 물품공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력한 ‘후방지원’을 펼친 덕에 싸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민간의료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주었고, 이는 ‘공공의료 지원’이라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됐다.
이제 우리는 ‘제2의 메르스’에 대비하기 위한 ‘공공의료복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를 우선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시스템 강화를 위한 재정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에는 공공의료 영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국가재난대응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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