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딱 3주 걸렸다. 그 자신감이 꺾이기까지는…. '통합과 소통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던 김 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사퇴의사를 밝힌 29일 청와대는 "안타깝지만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짧은 논평만 내놓았다. 아쉬움과 복잡한 심사가 잔뜩 묻어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는 정치권의 이 같은 부침의 흐름을 짧은 시간 수도 없이 목도했다. 같은 모양의 그림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한 발만 떨어져서 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데 정치권만이 그 행태를 무한 반복했다.
그림의 모양은 이렇다. "민심을 얻었다"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가 충격을 받은 정치세력은 뒤늦게 "민심의 뜻을 받들겠다"면서 국민에게 다가가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쟁취한다. 그러나 건망증에라도 걸린 듯 그 전의 언행은 모두 잊어버리고 샴페인은 터트린다. 그리고 다시 충격적 패배.
실제로도 그랬다. 6ㆍ2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민주당은 7ㆍ28재보선을 앞두고서는 민심과 동떨어진 구태를 되풀이했다. 그러자 민심은 7ㆍ28재보선 패배라는 약을 안겼다. 정부 여당 역시 같은 행태가 나타났다.
6ㆍ2지방선거 패배 뒤 민심에 다가서려는 정부 여당에 민심은 7ㆍ28재보선 승리의 선물을 줬지만 열흘 뒤 3기 내각 인사는 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졌고 급기야 8ㆍ8내각 후보자 3명이 중도에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이 이처럼 쉽게 샴페인을 터트리고 자주 건망증에 걸리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태워놓은 어린아이를 보는 양 한없이 불안하다. 높아진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마음을 편하게 할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과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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