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국·쿠바, 반세기만에 냉전 벽 허물다

대사관 재개설 합의, 국교 정상화… 오바마 '쿠바 방문' 추진도

금수해제·관타나모 폐쇄 등 '완전한' 정상화에 의회 반대

내년 대선서도 쟁점 될 듯


미국과 쿠바가 54년5개월여 만에 양국 대사관 재개설에 합의하면서 1일(현지시간) 국교 정상화를 공식화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늦어도 내년까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을 이유로 지난 1961년 1월3일 쿠바와 단교한 뒤 양국이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면서 지구상에서는 한반도만 냉전 시대의 유물로 남게 됐다.

6월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이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1일 오전11시(한국시간 2일 0시)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하고 의회에도 통보할 예정이다. 또 이날 이란 핵협상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개설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방침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쿠바 외교사절단 대표도 이날 쿠바 측에 외교관계 복원 내용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케리 국무장관은 15일인 의회 검토기간이 끝나는 대로 쿠바 수도인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 재개설에 맞춰 7월 중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사관 개설장소는 현재 미 이익대표부가 있는 말레콘(방파제) 거리의 엘나시오날호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사관 설치로 미국이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나라는 북한·이란·부탄 등 단 3곳만 남게 됐다.

양국은 지난해 12월17일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냉전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역사적 회동을 한 뒤 네 차례의 실무회담을 통해 국교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특히 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017년 1월 임기를 마치기 전에 쿠바를 방문하려 계획하고 있다.

이번 대사관 개설은 냉전 시대 종식과 더불어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남미 진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조차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쿠바를 봉쇄하기는커녕 '안마당'인 남미에서 오히려 고립되는 처지에 몰렸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관계 복원을 선언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일로 풀이된다. 쿠바로서도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복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미 정책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을 때 무역규모는 현행 연간 3억~5억달러에서 20배 이상 늘어난 130억달러로 급증하고 국제사회의 대쿠바 직접투자는 1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대사관 개설에도 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 들어 쿠바와의 무역ㆍ금융 거래 제한 완화, 여행 자유화,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등의 조치를 순차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카스트로 정권이 요구하는 전면적 금수조치 해제나 관타나모수용소 폐쇄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대다수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쿠바의 인권 개선, 민주주의 도입, 쿠바로 도망친 미국인 범죄자 인도, 대사관 직원들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관계 개선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 국교정상화 조치는 내년 대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화당은 쿠바대사관 재개설에 드는 예산을 승인해주지 않으려 버틸 가능성이 크다. 또 과거 쿠바가 몰수한 미국인의 재산이나 경제제재에 따른 쿠바의 손실에 대한 보상 방안도 남은 이슈다. 일레나 로스레티넌(공화ㆍ플로리다) 하원의원은 "대사관 재개설은 쿠바 국민들을 전혀 돕지 못하고 오직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기존 조치까지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 유럽 국가들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면서 미 기업들이 '더 늦으면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