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추진해 온 법무법인(로펌)의 쌍방대리를 허용하는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쌍방대리는 동일한 법률행위의 이해당사자 양쪽 모두를 대리하는 일로 현행 변호사법에는 금지돼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부칙에 해당하는 '변호사윤리장전'을 개정, 로펌의 수임요건 완화 등 사실상 쌍방대리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쌍방대리를 금지한 현행 변호사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는데다 대형 로펌의 싹쓸이 수임에 우려에 따른 개인변호사 및 중소 로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2008년12월23일자 29면 참조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쌍방대리 허용 등은 법조계 내부서도 논란이 있는 만큼 새 집행부가 원점부터 재논의 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새 집행부가 윤리장전을 개정할 지 등 모든 내용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진강 전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지난 2월말까지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으나, 현행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달 초 출범한 새 집행부에 최종 결정권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윤리장전에는 로펌이 이해관계가 엇갈린 소송 당사자의 사건을 사실상 제한 없이 수임할 수 있도록 '쌍방대리'를 허용하고, 소속 변호사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등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담당했던 사건이더라도 법무법인내의 다른 변호사가 수임할 경우에는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대한변협이 올해 초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의견서를 제출 받은 결과,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현행 '변호사법'에 위반되고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쌍방대리와 관련해 한 지방변호사협회는 지금도 기존 의뢰인의 양해를 구할 경우 다른 쪽 당사자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양해조차 없이 양쪽의 사건을 모두 수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쌍방대리 허용이 법적ㆍ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또 쌍방대리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양측 사건 당사자의 이해상충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했지만 변호사들은 "하나의 법인격이라는 법무법인의 속성상 불가능하다"며 "쌍방대리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적절한 감독ㆍ관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변호사 개인의 이해상충 문제로 사건의 성격과 무관하게 로펌 전체가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수임을 제한한 것은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수사한 삼성특검팀의 조대환 특별검사보가 삼성특검 공판에 참여하고 있던 사이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L로펌이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SDS와 삼성화재의 소송을 맡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수는 "로펌 변호사수가 100여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속 변호사 개인들의 이해상충 문제로 수임을 제한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규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쌍방대리 개념도 모호해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로펌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가로막는 폐단으로 작용하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어 최종 도입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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