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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골프를 즐기는 이유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토요산책] 골프를 즐기는 이유 홍성균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고 많이 걸으니 운동량이 많다. 또 상대와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렇게 많은 골프의 묘미 중 하나는 리스크를 극복해나가는 것이다. 추위ㆍ더위ㆍ바람 같은 기후 리스크, 벙커나 워터 해저드 같은 지형 리스크, 룰을 어겼을 때 가해지는 법규 리스크, 심지어 동반자의 매너나 새소리 같은 심리 리스크 등 골프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무려 108가지에 이른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그 수도 많다. 위기관리능력 배울 수 있어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상시에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다음은 당일 날씨가 어떤지, 동반자는 어떤 스타일인지와 같은 정보를 사전에 체크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실전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신중한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골프가 어차피 다양한 리스크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싱글 핸디캐퍼가 된 후 흔들림 없이 스코어를 유지하다가 10년 전쯤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핸디캡 0인 아마 고수와 라운드를 했는데 나보다 매 홀 50야드씩 거리를 더 내는 것을 보고 욕심을 내다가 자세가 망가진 것이다. 상대가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보니 괜한 조급함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는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업경영도 안팎의 복잡한 리스크를 관리하며 초우량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맥을 같이한다. 최근의 유가급등이나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의 참상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리스크는 다양하고 미리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사내ㆍ외 전문가들이 그때그때 분석과 예측을 통해 대응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그대로 따르기는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책 결정을 할 때는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최고의 상태보다 현실에서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론이나 지식에 의존한 즉각적인 판단보다는 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정책 대안을 고려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특유의 속도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업경영에도 신속한 의사 결정과 실행을 중시하는 스피디한 행동지향형 경영자상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너무 의사 결정의 속도에 치중하면 현실상의 다양한 리스크를 놓칠 수 있다. 얼마 전 신한금융그룹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블루 오션의 주창자 르네 마보안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게 능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 창조성센터의 소장인 제라드 푸치오 교수는 제너럴일레트릭(GE)ㆍ애플ㆍ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세계적인 기업의 전ㆍ현직 최고경영자들은 의사 결정을 할 때 불확실한 경우 또는 때가 아직 오지 않은 경우 결정을 유보하고 많은 대안 가운데서 위험을 계산한 뒤 선택하며 때때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경영자들 의사결정에 도움 현대경영은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정해진 답이 없고 모호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인내심,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대안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위험을 줄이려는 자세가 불가피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기회를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슬럼프에 빠져 있을지라도 골프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골프의 진정한 정수라고 했다. 리스크가 산재해 있는 현대사회의 최고경영자는 우수한 골프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5/09/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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