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 송원아트센터에서 윌로 씨의 휴가(Monsieur Hulot’s Holiday) 展이 8월 26일까지 열린다.
윌로 씨의 휴가(Monsieur Hulot’s Holiday) 展은 1953년 자크 타티(Jacques Tati) 감독의 동명의 영화에서 가져왔다. 영화는 해변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플롯도 대사도 없이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가슴 따뜻한 유머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그저 앉아서 먹고 책을 읽고 경치를 감상하며 휴일을 즐기는, 일상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담는다.
이번 전시는 마치 낯선 도시에 도착하여 싱싱한 여름빛을 즐기는 휴가객처럼 <윌로 씨의 휴가>를 재현한다.
이번 전시회를 맡은 이혜림 큐레이터는 “공간연출을 담당한 사보가 20년에 걸쳐 수집한 60년대 독일의 빈티지 가구와 조명을 설치해 전시장이 독일 어느 별장의 객실 혹은 서울의 어느 거실과도 같은 살롱으로 연출되었다”말했다. 현대미술의 역사는 갤러리 공간에서 관람자의 인식 방식의 변화와 관련된다. 6인의 아티스트의 작품들과 빈티지 가구, 조명들이 서로 어우러진 갤러리 공간은 일상의 공간으로 재연출되고, 백색의 공간은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지하에 위치한 송원아트센터는 내리쬐는 여름의 햇빛과 겨루며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공간의 서늘함을 유지한다. 창문 사이로 기를 쓰며 침입하는 햇빛은 전시장의 작품들과 찬란함을 겨룬다. 큐레이터 양지윤은 이번 전시에 대해“<윌로 씨의 휴가>는 무한 확대 재생산되는 대중문화의 거대 권력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들을 초대했다”고 소개했다. 회벽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반복해서 파내는 작업을 완성하는 김유정의 프레스코 작품, 상이한 색채들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분류하는 고낙범의 작업, 일상을 흐릿하게 재현하는 이제, 눈 덮인 산이나 폭포를 그린 수묵화를 보는 듯한 민병헌의 사진들 모두 각자의 표현기법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회화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프루스트는 예술이 우리의 삶에 형태와 윤곽을 부여함으로써 우리를 참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하였다. 올 여름,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를 잠시 피해 <윌로 씨의 휴가> 속으로 떠나보자.
참여작가
■고낙범
고낙범은 평면적 회화작업과 함께 공공장소의 특성을 살린 벽화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의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그의 회화는 색채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시각 및 개념과 기억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색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하학적 도형 안에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체리와 피부를 관능적 색감과 추상적으로 표현한 신작을 선보인다.
■김유정
김유정은 벽화에 주로 쓰이는 영구적 기법인 프레스코 기법을 이용한다. 작품의 대상인 관상식물의 본연의 색을 과감히 버리고 무채색으로 표현된 김유정의 작품은 구상적이면서 회화적이다. 회벽을 덧칠하고 긁어내는 반복적인 작업과정은 자신을 비워내는 행위로서 자신 안에 더 큰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김유정의 작업에서 노동은 일차적 과정이 아닌 통찰의 대상이 된다.
■민병헌
민병헌은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만을 고집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사진가 중의 하나이다. 회화적이고 추상적인 사진으로 잘 알려진 그는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풍경사진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갖게 되는 느낌은 모호함과 흐릿함이다. 대상의 형태는 가려져 있어 한번에 파악하기 어렵고, 화면의 색조는 콘트라스트가 강하지 않은 회색 톤이어서 단조로운 듯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갖고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무수한 깊이와 지나쳤던 시각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사보 컬렉션
일러스트 작가 사보는 90년대 독일 Stuttgart 국립 미술대학 유학시절부터 지난 20년간 유럽 디자인 가구들과 조명들을 수집해왔다. 그가 수집해온 바우하우스 디자인 제품들은 예술과 기술의 분리를 모순으로 간주하며,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당대의 실용미학이 담겨있다. 그의 컬렉션은 PKM갤러리와 금호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에서 소개된 바 있다.
■양아치
경계 없이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의미의 양아치는 책이나 비디오, 3D 화면을 통해 이야기를 제시하고 이야기 속의 장면들을 여러 가지 미디어 소재를 활용하여 시각화 한다. 미디어를 통해 시각적 소통을 시도하는 작가로서 미디어 아트의 본질을 연구한다. 작가는 2010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과 KAP작가로 선정된바 있다.
■양지인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인씨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섬세한 연주가이다. 줄리아드 음대와 예일대 최고 연주자 과정까지 마쳤다. 이번 오프닝에서 아름다운 바흐의 바이올린 솔로 곡을 김태진의 영상과 함께 연주한다.
■이제
2010년 송암재단에서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바 있는 이제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행보와는 다르게 현대미술의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으로 그림 그리는 행위를 고수하고 있는 '진정한 회화의 길'을 걷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일상의 모습들을 포착하고, 작가의 사적인 내면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낸다
■파렌틴 오렌리
터키 태생으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파렌틴 오렌리는 시, 사진, 드로잉,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작업한다. 그는 자본의 끝없는 축적의 일부분이 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도시의 심리적 물리적 요소, 도시 콤플렉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이를 시각화한다.
이번 윌로 씨의 휴가(Monsieur Hulot’s Holiday) 展은 8월 26일까지 서울 북촌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www.cornerartspace.org에 접속하여 확인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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