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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핵기각, 증시호전 계기로

국회가 제출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기각됨에 따라 잠재적 악재였던 탄핵 가능성이 사라져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불확실성 요인이 제거된 셈이다. 외국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조정에도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여 무척 다행이다. 물론 이번 탄핵 기각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만큼 주가 급등의 대형 호재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투자자들은 탄핵소추안 기각을 계기로 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경제활성화 대책 등 투자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않다.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주식에 대한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 증시는 차이나 쇼크와 미국 금리인상설, 고유가 영향, 프로그램 매물 등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최근 주가가 크게 밀려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선 돌파에 또다시 실패했다. 하지만 과거 15년간의 한국 증시 흐름을 돌이켜보면 통상적인 시장인식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우량주의 장기성과와 주식시장 전체의 장기성과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외국인들의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되고 시가총액 상위 60개 정도의 우량주군으로 구성된 MSCI 한국 지수의 경우는 이미 과거 1,000포인트선을 크게 넘어섰다. 최근 미래에셋이 개발한 한국 대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한국블루칩인덱스(KBI)의 경우는 이 차이가 더 벌어진다. KBI의 수익률은 과거 12년 동안 연평균 25%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92년 초 대비 무려 13.6배가 상승했다. 이를 종합주가지수로 환산한다면 약 8,000포인트대에 와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한국 주식시장을 우량주 지수로 보는가, 아니면 종합주가지수로 보는가에 따라 장기 투자대상으로서의 주식 자산의 평가가 정반대가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우량주와 시장 전체간의 수익률 괴리 현상은 세계증시 사상 찾기 힘든 사례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시장지수인 S&P500지수와 우량주 지수격인 다우존스지수의 장기 수익률 차이는 거의 없다. 10년 장기 불황을 겪었다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장기불황 속에서 살아남는 우량주가 시장 전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록했을 법 한데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의 우량주 지수인 TOPIX30과 1,553개 종목으로 구성된 TOPIX지수의 과거 15년 수익률은 거의 동일하다. 타이완의 경우도 시장 전체 지수인 가권지수(653개 종목)와 우량주 지수격인 MSCI타이완지수의 장기수익률은 비슷하다. 이러한 한국만의 특수상황에 대한 원인으로는 다음의 두가지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첫째,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을 해온 결과 시장의 부가가치가 이들 기업에 편재돼왔고 IMF를 거치면서 글로벌 우량기업으로의 부가가치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타이완 혹은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둘째, 주식시장 개방 이후 이들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중장기 상승 추세를 유지할 수 있는 수급적인 기반을 확보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주가의 1,000포인트선 돌파 실패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지난 1년 동안 동아시아 시장으로 사상최대의 유동성이 유입된 만큼 일시적으로 이들 자금의 단기 움직임에 따라 주가는 당분간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이들 한국 대표 우량주의 장기 수익률은 과거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이후 한국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됐다. 지난 1년간 글로벌 투자가들은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향후 세계증시의 주요 ‘주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범 차이나 플레이’가 한국 증시를 비롯한 동아시아 증시의 새로운 상승엔진으로 등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감이 있는 만큼 주가는 어느 정도의 조정 국면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믿음이 훼손되지 않은 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우량주의 중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미래에셋증권 사장 최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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