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는 640명, 프랑스 100명, 터키 91명,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무려 1,003명을 헤아릴 수 있습죠. 시골아가씨, 하녀, 거리의 여자, 백작부인, 공작부인 등 모든 계급, 모든 스타일, 모든 연령의 여자를 총망라하고 있습니다"(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카탈로그의 노래') 희대의 바람둥이를 지칭할 때 대명사가 되어버린 '카사노바'. 그는 자신 같은 호색가 '돈 주앙'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오페라 '돈 조반니'가 맘에 들지 않는다. "고귀한 캐릭터가 학대를 받는다"며 투덜대던 카사노바는 방탕한 생활 때문에 베니스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향한 시인 로렌조 다 폰테에게 모짜르트와 함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자신을 모델로 재구성해 새롭게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35년의 생애 동안 22편의 오페라를 남겼던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돈 조반니'. 1787년에 초연된'돈 조반니'의 탄생 배경에는 총 3 명의 바람둥이가 있었다. 오페라 속 주인공 돈 주앙과 오페라에 글을 쓴 시인 로렌조 다 폰테, 그리고 오페라를 만들 것을 독려한 카사노바가 그들이다. 영화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중심으로 어떻게 그 오페라가 탄생됐는지 오페라 속 주인공과 실제 주인공 모습을 교차하며 그린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지만 모차르트의 곡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모차르트의 음악뿐 아니라 비발디의 '사계',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등 장면마다 다양한 오페라 선율을 선사한다. '카르멘', '피의 결혼식' 등 오페라 작품을 영화화해온 사우라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화려한 색감과 풍성한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자유로운 삶을 살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괴로워했던 시인 다 폰테, 병마가 몸 속에 녹아드는 것도 모르고 음악에 열중했던 파리한 얼굴의 모차르트, 사우라의 지휘 아래 그들의 삶이 영화 속 오페라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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