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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통 큰 정치'를 기대하며
입력2007-10-01 17:59:52
수정
2007.10.01 17:59:52
김정일 국방위원장께.
오늘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시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노 대통령까지 남한의 두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한 김위원장의 탁월한 외교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지구촌 보안관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판에 남한의 지도자인들 어쩔 수 있겠습니까.
김 위원장은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권좌에 올랐으니 올해로 13년째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셈이군요.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을 다독거려가며 북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통치력 또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지도자는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미얀마의 탄 쉐,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트루크메니스탄의 사파무라트 니야조프,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쿠바의 카스트로, 가봉의 오마르 봉고 등 10여명에 이릅니다.
국제사회는 부정선거 혹은 구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절대권력을 행사하거나 개인숭배를 강요하고 고문 학살 등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는 등 철권통치를 한 지도자를 독재자로 규정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대목에서 김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인 비난과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 가고 있는 김 위원장의 통치력에 남한 사람들은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북한 체제가 붕괴될 경우 남한 역시 혼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남한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 미국의 동화작가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읽어보셨는지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남한에는 요즘 북한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남한의 보수세력들은 이를 ‘퍼주기식’ 대북지원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노 대통령조차도 ‘다 줘도 남는 장사’라면서 ‘선(先)투자 개념’을 강조합니다.
아마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노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의 마음에 드는 선물을 안겨드릴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열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정확한 배경과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겁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양측이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난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1차 정상회담에서 밝힌대로 서울에서 왜 회담을 갖지 않느냐고 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소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반세기 넘도록 분단된 땅 덩어리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장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민족의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는 것은 한민족 모두의 희망일 겁니다.
북한 실정을 외면한 일부 진보세력들 가운데는 김 위원장을 ‘통 큰 지도자’로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그들의 치사처럼 김 위원장에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모두 공감 할 수 있는 통 큰 정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구차하게 받는 것에만 맛들이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고 줄 수 있는 건 주는 통 큰 정치가 필요합니다. 기껏 정상회담 열어 놓고 서해교전이나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강행 등의 뒷통수 때리기도 부디 그만두길 바랍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희망하는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해 과감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평화선언은 물론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철의 장막을 확 걷겠다는 개방선언도 이참에 확 저질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북한 군비축소 문제도 검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도 좋겠지요. 사소한 문제일수도 있습니다만 억지로 데려간 남한 사람들도 조건없이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 이제 세상 밖으로 과감하게 걸어나오십시오. 부디 김 위원장의 통 큰 정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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