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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환율전쟁] 1달러=100엔 시대 <상> 각국 "핫머니 피해 막아라"

"신경전은 끝났다" 신흥국 환시장 규제 등 본격 실력행사<br>5월 한국·호주·인도 등 줄줄이 금리인하<br>ECB 등 추가 카드 준비… 각국 공방 치열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10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환율 변동 추이를 초조하게 지켜보며 거래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일본의 돈풀기 정책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도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환율전쟁이 입씨름이나 신경전에 그친 반면 현재 벌어지는 2차 환율전쟁은 금리인하, 외환시장 직접규제 등 각국의 실질적인 무력행사를 동반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조치 이후 엔화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글로벌 핫머니가 몰려들면서 신흥국들은 수출경쟁력 하락, 자산 버블,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이 4년여 만에 엔저 시대를 맞은 반면 선진국에서 풀린 유동성이 몰려가는 신흥국들의 경우 거센 통화절상 압력을 받으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소리 없는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열흘 사이에만 인도ㆍ호주ㆍ한국 등이 통화 방어를 위해 줄줄이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10일 베트남 중앙은행도 오는 13일부터 기준금리를 8%에서 7%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접적인 외화시장 개입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했으며 중국은 다음달부터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태국 중앙은행도 "화폐절상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와 공조하겠다"고 밝혀 통화절하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국가들도 속속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8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3%로 0.25%포인트 낮췄으며 지난달에는 헝가리ㆍ터키도 금리를 내렸다.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미국과 일본에서 풀려난 유동성이 유입돼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대한 방어책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이 0%에 가까운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시중으로 풀려난 막대한 선진국 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추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국의 환율 방어 행보는 앞으로 보다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밑으로 급락하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예금금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선진국의 완화조치가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리인하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ECB 외에 호주와 폴란드ㆍ터키ㆍ이스라엘ㆍ러시아ㆍ헝가리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 밖에도 인도와 대만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함께 중국이 조만간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20개국(G20)이 일본의 엔저 유도를 불가피한 경기부양 조치로 받아들이고 사실상 엔저를 용인한 탓에 이번 환율 공방에 힘이 실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국에서 개막하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환율 공방보다는 경기부양-성장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10엔을 돌파하기 전에는 본격적인 환율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미스터 엔'으로 불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대만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엔화 가치는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로 절상됐던 엔화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며 "2008년 수준인 달러당 110~120엔까지 추가 하락하기 전에는 아시아 환율전쟁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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