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심의가 들어온 3개 단지 가운데 고덕 주공 3단지와 개포 시영 등 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해 이주시기 조정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해당 지역의 전세난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세 매물 품귀 현상에서 비롯된 올가을 전세난을 잡기에는 규모나 효과 면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 3단지와 개포시영의 이주가 2~4개월 늦춰지면서 강남권에서 우려된 최악의 전세대란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번 심의 대상에 올랐던 3개 단지의 재건축 이주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강남·강동구를 넘어 강북 지역 및 수도권으로 전세난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됐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의 이주를 몇 달이라도 늦추면 전세난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이주시기 조정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앞으로도 강남권에서는 개포주공 1단지와 4단지, 고덕주공 7단지, 둔촌주공 등이 줄줄이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시의 결정이 해당 지역의 전세난 해소에 일부 도움을 주겠지만 전세 공급 자체가 부족해 빚어진 최근의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이주시기 조정이 최근 잇단 규제 완화 속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 서울시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 단지의 사업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이주 시기가 늦어지면 조합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며 "추후 심의 대상인 재건축 조합들의 걱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주가 늦춰진 고덕주공 3단지와 개포시영 조합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관건이다. 이주가 미뤄진 단지의 조합원들은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먼저 이주에 나설 개포주공 3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청에서 이번 주택정책심의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조합에 이주를 허락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향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청에서 시의 결정에 협조하더라도 주민들이 이주시기 전에 개별적으로 집을 구해 이사 갈 수 있는 것 또한 제도의 틈새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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