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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7일] 한미FTA와 자동차 산업

지난 2007년 6월 한미 양국 합의로 서명됐던 자유무역협정(FTA)이 자칫 역사 속 문서로만 남을 뻔했다가 회생의 길로 돌아선 시점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패배한 후이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그린산업을 외쳐왔었고 그 핵심에는 '자동차 산업의 그린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실패했다. 국민과 약속했던 산업 그린화와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한 약속이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오바마 정부는 다시 FTA 카드를 꺼내게 되었을까. 우연일까. 한국부품업체 도약 절호의 기회 단언코 아니다. 미국의 관심은 자동차 산업이 그린차 개발의 성공을 통해 고용창출과 해외수출로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일본·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돼 재도약이 쉽지 않다. 미 정부는 그린차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판짜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이 전략의 성공여부는 오바마 정부의 재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 정부의 핵심이슈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미FTA 타결의 관전 포인트는 오바마 정부의 그린화 정책의 의지를 읽어내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정타결 즉시 공식성명을 내고 '수출 증가 110억달러, 일자리 7만개 창출'을 공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이번 한미FTA 협상의 결과를 '위기', 즉 자동차부품의 기회와 전기차의 위협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180도 바뀐 미국의 전기차에 대한 의지에서 한국자동차 산업의 위협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부품 수출관세(4%)가 발효 후 즉시 철폐되는 자동차부품 산업의 기회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미FTA에서 한국자동차 산업의 과제를 찾아보자. 기회는 살리고 위협은 대비해야 한다. 첫째, 한국자동차부품에는 큰 기회다. 이미 한국자동차완성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유럽·일본·미국의 완성업체들은 한국자동차부품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본 도요타나 혼다도 한국부품업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정도다. 이번 FTA를 계기로 한국자동차부품 산업은 수출로 승부해야 한다. 이것이 1만여개의 중소기업형 자동차부품업체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미FTA는 이 같은 호황에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1,600만대가 수출되는 미국시장에 완성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이 활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자동차산업은 100년 만에 돌아오는 와해성 기술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1800년대의 마차시대에서 1900년대의 내연차시대를 넘어 이제 그린차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와해성기술(Disruptive Technology)은 기존 산업의 주력기술을 무력화하고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이 생각하는 와해성기술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전기차인 듯하다. 지난번 한미FTA 협상 후 3년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정부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차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협상에서 미국정부의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이 전기차의 관세 철폐를 이번 추가협상에서 앞당기자고 요구한 것은 미 자동차산업 방향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이동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비해 기업의 준비는 취약한 편이다. 5년후 웃을수 있게 준비 필요 셋째,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다. 미국업체가 아닌 미국에 생산거점을 둔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의 우회수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에 공장을 둔 유럽·일본 자동차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 가격경쟁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도요타·닛산·혼다와 독일의 폴크스바겐·BMW·벤츠는 모두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제 미국과의 경쟁이 아닌 미국산 일본차·유럽차와 경쟁할 준비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이번 한미FTA는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측에 상당 부분 양보했고 이번 재협상에서 한국은 완벽한 이익균형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한국차의 급속한 시장침투에 대한 미국의 비판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기적인 재협상의 결과에 따른 손익계산서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제부터 미국이 공급자가 아니라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개발이 훨씬 중요할 때이다. 지금의 환호는 잠시 접어두고 5년 후 웃을 수 있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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