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 사죄와 반성을 명확히 표명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281명이 '2015년 일한 역사 문제에 관해 일본의 지식인이 성명한다'는 제목으로 역사 문제를 두고 악화한 한일 관계에 관한 견해를 8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아베 총리가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간 나오토 담화 등 그간 일본 정부의 역사 문제 담화의 계승을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가 중국·한국 등 아시아 이웃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초래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다시 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성명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역사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꼽았다.
또 "고노 담화 이후 일본 정부에 의해서도,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시민에 의해서도 위안부 제도에 관한 새로운 자료가 발굴·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위안소 설치·운영은 민간업자가 아니라 바로 일본군이 주체가 돼 이뤄졌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일본이 국가 책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서는 고노 담화에 근거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속죄한다는 뜻을 담아 지난 1995년 시작된 아시아여성기금 사업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의 3분의2 이상이 기금이 지급하는 돈을 거부했으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사죄 사업이 한국에서는 미완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6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가 사실 인정에 기반을 둔 사죄와 배상 등을 중심으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일본 정부도 실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했다며 실행을 촉구했다.
지식인들은 현재의 한일 관계가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시위)'와 같은 병리현상 등 역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우리는 동요도 후퇴도 하지 않는다. 만들어낸 공통의 역사 인식을 확장해가면 일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인간적인 일한 협력의 100년을 연다는 결의를 지금 다시 확인하고 우리는 일한 양국 국민과 함께 전진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 열린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야노 히데키 강제연행·기업책임추궁재판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번 성명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지만 식민지주의의 청산은 완료되지 않았다. 외교상 최대 문제라고도 하는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주의에 기인한 문제이며 식민지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서도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는 와다 명예교수,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교수,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 이시자카 고이치 릿쿄대 준교수,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미 아이코 오사카 게이호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특임교수, 오타 오사무 일본 도시샤대 교수 등 17명이 발기인으로 나섰고 한반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8일까지 281명이 찬성했다.
이번 성명서는 영어와 한국어로도 발표될 예정이다.
성명에 참가한 일부 지식인은 오는 12일 서울에서 한일 양국 학자 등이 참가하는 공동 심포지엄을 열어 성명을 발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