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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월드컵과 大·中企 상생
입력2006-06-22 16:28:16
수정
2006.06.22 16:28:16
“대~한민국! 짜자짜 짠짠~.”
세상이 온통 붉은 물결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하다. 텔레비전을 켜면 삼성ㆍLGㆍSK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월드컵 광고를 쏟아낸다. 공중파 TV의 주요 뉴스시간도 월드컵 소식으로 온통 도배돼 있다. 마치 월드컵이 없으면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모두가 들떠 있는 월드컵 기간에 그동안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토고를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름을 보면서 잠시 상념에 젖는다. G조에 배치되면서 우리의 첫번째 상대가 되지 않았다면 과연 토고라는 국가를 알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토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여타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기준으로 국가의 등급이 매겨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축구를 통해 실력을 겨루는 월드컵은 그래서 ‘평등 이상의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평등 속에서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했다. 토고전에서 4만석 가까운 좌석을 우리나라 응원단이 차지한 것만 봐도 ‘자본의 힘’은 대단했다. 몇몇 국내 중소기업들은 입장권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월드컵 후원 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이미 싹쓸이하는 바람에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업하는 내내 대기업에 치이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월드컵 응원에서조차 대기업에 밀리네요”라며 쓴웃음을 짓는 중소기업 L사장의 말이 그냥 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접수한 하도급 관련 조정신청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말까지 총 17건으로 월 평균 1.5회에 그쳤다. 그나마 8건은 중도에 조정이 취하되거나 중단됐다. ‘입은 달싹거리지만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중소기업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2004년 31.2%에서 지난해 24.9%로 다소 줄었다는 통계 수치로 위안을 삼아본다. 프랑스 티에리 앙리 선수 몸값의 10분의1도 안되는 박지성 선수가 프랑스전에서 통쾌한 동점골을 넣었듯이, 모두가 평등한 월드컵 정신이 대ㆍ중소기업 사이에서도 싹을 틔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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