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상반기 매각된 오피스 빌딩 3채중 1채는 건설사 소유 건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면서 현금성 자산이 필요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비업무용 오피스 빌딩매각에 나서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자산관리 전문회사 63시티에 의뢰해 올 상반기 매각된 오피스빌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26건의 거래 가운데 34%에 달하는 9건이 건설사가 소유한 빌딩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과 종로구 신문로 사옥의 매각에 잇따라 성공했다. 당초 한 채당 50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부띠크 오피스텔 목적으로 계획된 도곡동 오피스 빌딩은 용도변경 후 LG전자에 2,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대우건설은 2,000억원의 매각대금 가운데 총 1,300억원의 자금을 농협중앙회와 롯데손해보험, SC제일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우선 변제하고 나머지 대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 매각한 신문로 사옥도 대우건설에게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안겼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9년 1월 2,400억원을 받고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제이알1호구조조정리츠'에 신문로 사옥을 매각했다. 매각 조건으로 4년 후 건물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 받았지만 매입에 나서지 않고 곧바로 3,900억원을 받고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해 높은 차익을 거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 당시보다 빌딩의 시세가 많이 올라서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비업무용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로 시공비를 받지 못했던 건설사들도 빌딩매각이 성사돼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 1분기 포스코건설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강남P타워를 2,615억원을 받고 자산운용사인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했고 동부건설도 지난 2분기 용산구 동자동의 아스테리움서울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3,530억원에 팔았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일반 주택과는 달리 오피스 빌딩은 후분양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분양이 잘 안됐다"며 "회사에서는 약 2,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던 상황이어서 현금 유동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건설사들의 잇따른 빌딩 매각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건설사와 오피스 빌딩을 통해 임대수익을 거두려는 금융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천영호 한화63시티 팀장은 "주택경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비업무용 자산매각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편 오피스 빌딩의 경우 임대시장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4%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금융권 등에서의 매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