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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2>철덜든 40대, 오토바이 타다


지난해 초여름 라이딩 입문을 기념해 유주희 기자와 임진각을 다녀오는 행사(?)를 치렀다. 유 기자와의 집결 장소였던 교외선 삼릉역 앞.

충남 서천의 개심사 입구 주차장.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잠시 자전거 보관대 신세를 졌습니다.

“나 오토바이 타도 될까?” “어.”

지난해 3월, 채 겨울의 냉기가 가시지 않은 어느 이른 봄날. 딱히 왜 그러고 싶었는지 이유도 없이 그냥 ‘바이크나 취미로 한번 타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내뱉은 말에 아내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너무도 명쾌(?)하게 답한다. (이거 뭐 반응이 이렇게 쿨하지?) 예기치 못한 바이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다음날 출근과 동시에 일은 뒷전이요, 인터넷을 뒤져 학원을 검색하고 주말에 곧바로 성산동의 모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한다. 몇 주의 달콤한 주말을 과감히 포기하고 일사천리로 신이 허락한 자만이 딸 수 있다는 ‘2종소형’ 면허를 획득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연히 한차례 낙방의 쓴맛을 맛보기도 했다.(그날 부원들은 내 심기를 건드릴까봐 하루종일 초긴장 상태였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면허를 따자 마자 매장으로 달려가 덥석 계약을 하고 일주일만에 바이크 오너가 된다.

하지만 바이크가 매장에서 아파트 단지내 지하주차장 한켠에 둥지를 트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했다. 매장에서 조립을 마친 바이크를 인수하는 순간, 기자는 비로소 깨달았다. 면허는 땄지만 타고 달리는 법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운전학원은 시험에 붙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지, 오토바이를 타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는 학원 강사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바로 속성 교육에 들어간다.

직원: “엔진 시동 걸때 중립 확인하시고요. 기어 변속은 클러치를 잡고 발등으로 이렇게…”

기자: “저단 변속은 어떻게 하죠?”

직원: “반대로 내리면 단수가 하나씩 내려갑니다.”

기자: “설 때는 브레이크를 어떻게 밟아야 하죠?”

직원: “앞뒤 브레이크를 함께 밟아야죠. 오토바이 전혀 안타보셨어요?”

기자: “네”

직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기자는 이날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바이크에 대한 이론과 실기 모든 걸 배웠다. 심지어 연료탱크 뚜껑 열고 주유하는 법까지….

그렇다. 기자가 바로 ‘Do You Bike’의 또 다른 필자, ‘Do’다. 40대 중반에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충동적으로 라이더의 길에 접어든 철딱서니 없는 기자다.



여기서 유기자와의 관계를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앞서 유기자의 글에서 등장하는 J 부장이 바로 본인이다. 유기자가 라이더가 된 모멘텀을 제공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비난도 많이 받았다. “왜 앞길 창창한 후배 바람잡아 처녀 귀신 만들려고 하냐” “혹시 그놈 사고 나서 다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등…. 하지만 단언컨데, 난 꼬드긴 적 없다. 단지 “난 바이크를 탈 생각이다”라고 말한 것 외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이렇게 ‘Do You Bike’라는 이름으로 엮여 버렸으니 이젠 발도 못 빼게 생겼다. (필진 참여 역시 기자의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유 기자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미리 밝혀 둔다)

재밌는 건 오토바이에 대한 주변 사람 대부분의 첫 반응이다. 열이면 열, 첫 마디가 이거다. “마누라가 뭐라고 안하냐?”

바로 라이더를 꿈꾸는 중년들에게 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꿀팁’이다. 와이프는 라이더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아무리 돈 많고 시간 많아도 소용 없다. 이거 못 넘으면 말짱 꽝이란 얘기다. 그럼 기자는 어떻게 그리 쉽게 아내의 허락을 얻어 냈느냐고? 모른다. 기자 역시 그게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러니 비결은 묻지 말자. 각자 스스로 길을 개척하시길.

사실 바이크, 이거 불편하다. 승용차 타고 편히 가면 될 것을 뭐하러 사서 개고생하나 하는 마음이 솔직히 지금도 몇 번이고 든다. 자전거는 운동이라도 된다. 아침 출근 때 이놈 타고 나서려면 화이바(아니지, 헬멧)에 재킷(안전제일!), 프로텍터, 부츠, 거기에 출근해서 갈아입을 옷 등…. 그렇게 나선다고 끝이 아니다. 신호 대기를 위해 잠시 멈춰서는 순간 온몸을 휘감는 지열도 모자라 허벅지를 파고드는 엔진 열, 화이바(또 실수, 헬멧!) 안에서는 또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신선한 공기를 애타게 그리며 축축히 젖어든다. 그나마 더운 건 차라리 낫다. 찬바람 불면 온전히 지하 주차장에 처박혀서 몇 달 동안 빛도 못 본다. 투자 대비 효용성 따지면, 미친 짓 맞다.

그런데 라이딩에는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그 무엇이 있다. 한적한 시골 길을 여유롭게 달리며 맞는 바람, 시트 위에 앉았을 때 전해지는 진동 (H사의 제품이 주는 요란 법석 떠는 그 소리는 아닐지라도)의 잔잔한 감동, 300㎏ 육박하는 육중한 차체가 내 몸의 미세한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체감(표현해 놓고도 참 멋지단 생각이 든다. 자동차 시트에 앉아 핸들 돌리는 것과는 비교 거부) 등등….

기자가 지난 1년여간 라이딩을 즐기면서 지키는 세가지 원칙이 있다.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꼭 지키기로 다짐한 원칙이다.

1.무조건 혼자 탄다 2.속도 무시 3.완전무장 4.묘기 부리지 말것

▲동호회, 안한다. 텐덤시트, 아무도 안태운다. 이유 간단하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고나 할까. 혼자 문득 한가한 주말에 훌러덩 올라타고 맘 가는 곳으로 아무 곳이나 다니는게 즐겁다. (누구 태우고 싶어도 지금까지 아무도 태워달라는 사람 없다) ▲속도, 무시한다. 그냥 유유자적한다. 적당히 맞설 만큼의 바람을 즐기면서. 속도의 차이는 같은 풍경, 사물이라도 전혀 달라 보이게 한다. (솔직히 확 ‘땡기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서우니까. 그래서 속도 못 낸다) ▲완전무장, 라이딩 하면서 아내와 한 약속이다.(여기에도 또다른 숨은 이유가 있다. 각종 보험, 오토바이 타다 다치면 적용 배제된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다치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묘기, 안부린다. 객기 부릴 나이는 지났으니까.

짐작했겠지만 기자가 앞으로 쓸 시승기는 사실 짝퉁이다. 고작 1년 조금 넘은 초보 라이더가 무슨 대단한 전문적인 시승기 쓸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초짜의, 초짜를 위한 초짜 이야기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제3자의 평가는 배제한 채 기자가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100% 순수 시승기다. 그래서 어줍잖은 평가일 수도 있고, 때론 낯선 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뜬금없는 사람, 맛집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시승기라기 보다는 오토바이 타는 중년 남자의 소소한 얘기다. 자 그럼 기자와 함께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나 무작정 라이딩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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