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11월13일] 금융기관과 금융회사

은행들이 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부어 살려 놓았더니 이번에 또 국민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부터 잔뜩 화가 나 있다. “비가 올 때 우산이 돼주겠다던 은행들이 정작 비가 오자 우산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의 질책이 있자 금융당국이 회초리를 들고 나섰다. 금융위원장은 “우량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금융지원은 경제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기업과 가계에 돈을 풀라는 압박이다.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의 대출 등 자금운용에 대해 일일점검에 나서는 등 옥죄기에 나섰다. 공익성 소홀히 하는 은행에 불만고조 고객들도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은행의 권유로 펀드에 가입했는데 벌기는커녕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게 된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 은행 창구는 “내 돈 돌려달라”는 고객들의 항의로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말 꼭지가 돌 지경이다. 환율변동위험도 차단하고 환율이 떨어지면 돈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키코ㆍ스노볼ㆍ핏볼 등 용어도 생소한 상품에 가입했는데 환율이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손해를 봐 회사가 거덜나게 생겼다.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고는 있지만 망가진 회사가 기사회생할지는 의문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은행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뻔질나게 회사문턱을 드나들며 은행돈을 쓰라고 부탁하던 지점장들이 지난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안면을 싹 바꿨다. 사무실에 있는 게 뻔한데도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정말 복장이 터질 일이다. 워낙 돈이 말라 버렸으니 신규 대출은 어렵다고 치자. 그렇지만 수출환어음 매입과 신용장 발급마저 기피해 선적지연과 원자재구입까지 어렵게 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은행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있는지 의심이 든다. 차라리 미국 등처럼 정부가 은행을 몽땅 사들여 공기업화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조차 든다. 하지만 은행들도 할 말이 많다. 돈이 된다고 하니까 상품에 대한 설명도 끝까지 듣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꾹꾹 찍더니 이제 와서 손해가 나니 모든 것은 은행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볼이 부어 있다. 시중자금경색의 책임을 모두 은행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정부의 서슬이 워낙 시퍼래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은행이 망가지면 누가 책임져줄 것인지 되묻는 눈치가 역력하다. 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돈을 움켜쥐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데 왜 은행에만 돈을 풀라고 채근하는지 답답하다. 남들이 욕을 하든 말든 실적이라도 괜찮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금융위기로 기업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재무구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감독당국은 부실자산을 줄이고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튼실히 하라고 야단이다. 한쪽에서는 돈을 풀라고 으름장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닦달해대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익추구하는 사기업으로도 인정해야 은행을 흔히 금융기관 또는 금융회사로 부른다. 그러나 ‘기관’이냐 ‘회사’냐에 따라 주는 느낌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관하면 관치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은행 경영진 인사와 자금배분에 정부가 간섭하던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은행은 금융기관으로 통했다. 반면 금융회사로서의 은행은 상업적 성격의 색채가 짙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은행을 보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ㆍ일반인들이 은행의 영업행태에 불만인 것은 은행을 ‘기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적 기능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면 은행은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는 은행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참으로 어려운 시국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