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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환경ㆍ사내복지ㆍ재무상태 측면에서 대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으뜸 중소기업 500개사를 엄선하고 있습니다. 대학취업센터ㆍ특성화고교와 협조해 미취업자들이 이들 기업에 가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
취임 두 달을 맞아 고민이 더 늘었다는 박철규(사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은 자금ㆍ기술ㆍ판로ㆍ인력 등 네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오랜 기간 지원해온 자금과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마케팅과 인력 문제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이사장은 "기술사업성 우수기업과 창업 초기 기업에는 3월 신규 접수분부터 연대보증 대신 일반보증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진공 기업평가등급 13등급 중 4등급(SB등급) 이상과 창업 1년 이내 기업에 한해 연대보증제를 폐지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2.66%(1,436건)에 이른다.
이어 그는 "오는 5월 신규 접수분부터 회생ㆍ파산ㆍ개인회생 등 주채무 감면시 연대보증 채무도 부종성의 원칙을 적용해 감면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종성의 원칙이란 회생ㆍ파산절차를 통해 주채무가 조정된 경우 연대보증채무도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박 이사장은 "정책자금에 대해 관련법 개정 없이 내부규정을 바꿔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우려를 많이 하지만 정착시키려면 한번은 겪고 지나가야 할 충격"이라고 역설했다.
◇정책자금 조기집행으로 차질 없이 공급
올해는 유럽발 재정위기, 이란사태, 고유가 등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으로 연초부터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진공 내부적으로는 위기대응을 위해 운전자금과 직접ㆍ신용대출 비중 확대, 원금상환 유예 등 운영과정에서 가능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예년보다 자금난이 심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상반기에 61.6%의 정책자금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는데 업계에서는 그걸로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민원도 심하다"고 전했다.
중진공의 정책자금은 올해 3조3,330억원 규모. 녹색ㆍ신성장동력, 뿌리산업, 부품ㆍ소재산업 등 전략산업에 85%를 배정하기로 했다. 또 융자 일변도의 지원방식에서 융자와 투자를 접목한 '투융자 복합금융'을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병원식 건강관리 시스템인 건강진단사업이 완전히 정착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진공은 건강진단을 기반으로 정책자금 추천서뿐만 아니라 컨설팅ㆍ마케팅ㆍ연수사업까지 확대한 '사업연계 추천서'를 발급하고 있다.
올해 중진공의 건강진단 목표는 2,100건이며 사업연계지원 목표는 4,000건이다. 5월부터는 사업연계 처방전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와 연계지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연계지원관리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그는 "기존 기업유형별 13개 진단 모델에다 강소기업형ㆍ수출역량형 등 성장유형별 마케팅 역량 옵션 진단 모델 11개를 추가로 개발할 방침"이라며 "건강진단사업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은 중진공이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요 사업으로 1만명 고용창출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인력난이다. 취업준비생ㆍ취업무관심자ㆍ구직포기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지만 인력 미스매치로 "사람이 없다"는 중기가 대다수다. 중진공은 정책자금, 청년전용창업자금, 알짜 중소기업 DB 구축 등을 통해 올해 1만474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우선 알짜 중소기업 DB를 모아 이르면 다음달 웹사이트를 구축한 뒤 포털링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병행해 전용 취업 사이트로 정착시킬 예정이다. 또 중진공 광역본부와 4개 연수원의 협력으로 '채용마트'도 개최하기로 했다.
박 이사장은 "이전에도 좋은 기업들을 모아놓았지만 실패한 것은 매출ㆍ자본금 등의 데이터만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이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제품을 만들었는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하기 좋은 일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타 취업 사이트와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소개했다. 즉 기업은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중진공은 정확한 정보를 추천하며 구직자는 취업후기 작성 등으로 사이트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중진공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200개 창업기업 양성과 600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을 해 제1기 212명을 배출했고 현재 2기 입교생을 모집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생에 대해서는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사무실이나 판로확보를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래도 사관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보증이 될 정도로 응대가 다르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일 '청년창업자와 벤처캐피털 간 만남의 장'을 개최하는 등 추가적인 투자유치 기회의 장을 만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진공은 다음달에 졸업기업 및 2기 입교생을 대상으로 '창업투자사와의 만남의 장'을 열기로 했다.
정책자금 역시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뿌리산업 영위 소공인 지원을 위한 소공인특화자금 450억원을 신설하고 융자 이후 최소 2명 이상의 고용창출 계획을 가진 기업에 대해 1명당 0.1%포인트씩, 최대 1.0%포인트까지 1년간 금리를 인하해주기로 했다. 또 만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2,100억원 규모의 민관합동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신설했다.
◇FTA 피해기업 경쟁력 조기회복에 앞장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를 꺼내자 박 이사장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지난해 한ㆍ유럽연합(EU) FTA에 이어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중소기업들의 피해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FTA 발효에 따른 무역피해 기업에 대해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지원하는 중진공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한ㆍEU FTA까지만 하더라도 조건도 까다롭고 한편으로는 각 기업체도 FTA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소문나는 것을 꺼려 실제 지원이 많지 않았다"면서 "한계기업의 출구전략 지원을 강화하고 사양업종 영위기업은 신성장동력 전략산업으로 사업전환을 유도하겠다"고 계획을 털어놓았다. 중진공은 마케팅ㆍ원가관리ㆍ품질관리 등 무역피해 극복에 필요한 분야를 업체당 최대 2,400만원 이내에서 소요비용의 80%까지 보조하고 무역조정지원 기업으로 지정된 업체에는 연간 30억원까지 시설 및 운전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FTA 체결국 진출 지원을 위한 'FTA닥터 컨설팅 사업'도 1,000개 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박 이사장은 "관세사와 회계사 2인1조 전문팀을 현장에 파견해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 컨설팅을 해줘 중소기업의 FTA 업무처리를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진공은 ▦국내외 설명회를 통한 FTA 인식 제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현장실무 능력 향상 ▦해외전시회ㆍ무역사절단을 통한 신시장 수출기회 제공 ▦수출인큐베이터를 통한 해외진출 전초기지 현지지원 등 다양한 FTA 활용 극대화 사업도 병행ㆍ추진하기로 했다.
자연스레 화두는 중소기업 시장개척으로 이어졌다. 박 이사장이 인력 문제와 함께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다. 그는 최근 다녀온 목동의 행복한세상 백화점 이야기를 꺼내면서 "4층 1,150평 전체를 정책매장으로 개편해 청년창업사관학교, 1인 창조기업 등 중기 제품을 위한 테스트베드 매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HIT500 사업도 500개 제품을 발굴한 뒤 프리미엄 제품 50개를 집중 지원하는 식으로 내실을 다지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동시에 박 이사장은 온라인ㆍ홈쇼핑 수출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중국시장이 굉장히 큰데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면서 "현지 바이어들을 초청해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진공은 올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온라인 무역관을 신규 개설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 박 이사장은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차를 타면 항상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부지런히 기업을 만나고 지역을 다니는 것만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애착이 강해 빠짐없이 소회를 남긴다. 박 이사장의 페이스북만 봐도 중진공의 최근 업무를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다. 대변인 출신답게 진정 시대를 앞서가는 '소통왕'으로 불릴 만하다. 박 이사장을 수장으로 맞은 중진공도 기관 페이스북을 개설해 온라인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홍보와 조직 내부 쌍방향 소통을 위해 SNS를 핵심 수단으로 삼게 된 것이다. 박 이사장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직접소통을 위해 'SNS CEO풀'을 구성했다"며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고 이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통'에 대한 의지는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중진공은 이달부터 CEO 또는 기업 현장전문가 초청특강 등을 통해 현장의 애로를 듣고 정책조언을 받는 '소통포럼'을 매달 첫번째 월요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박 이사장은 취미가 현장방문이고 특기는 경청이라고 소개한다. 현장에 가야 정책적 감각이 생기고 애로사항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는 지론이다. 그가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중소기업 현장으로 달려가 "기업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CLO(Chief Listening Officer)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 시절 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구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중소기업 창업부터 퇴출까지 전과정에 걸친 체계적인 경영지도와 컨설팅 정보의 집중관리 필요성을 역설하며 관련제도 마련에 힘을 쏟았다. 업무 스타일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결재 관행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보고를 받을 때 가만히 앉아서 듣는 대신 주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토론해 직원들에게 '밑줄 쫙'으로 통한다. 박 이사장이 온 뒤 중진공은 전직원, 특히 지방조직까지 동호회 활동이 왕성해졌다. 보다 자유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박 이사장의 배려 덕이다. 그 역시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마라톤이나 등산 같은 동호회 활동과 연극 등 문화생활을 즐긴다. 마라톤을 7번이나 완주했을 정도로 체력이 좋다. 젊은 감각과 유머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탁월한 업무능력에 더해 넘치는 인간미로 1월2개월여의 재정부 대변인직을 마쳤을 때 출입기자단은 사상 처음으로 그에게 기념패를 수여했다. ◇약력 ▦1957년 경북 경주 ▦1980년 영남대 법학과 졸업 ▦1980년 행정고시 24회 ▦2003년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과장 ▦2004년 재경부 감사담당관 ▦2006년 국무총리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정책산업국장 ▦2008년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 ▦2009년 재정부 대변인 ▦2010년 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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