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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ECB와 치킨게임 돌입

■ 스페인 총리, 전면 구제 금융 가능성 첫 시사<br>'시간 벌기용' 분석 속 현실화 땐 EU 등 강력긴축 요구할 듯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의 구제금융 시사 발언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했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든 시간을 벌려는 스페인과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독일, 유럽중앙은행(ECB)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유로존 사태는 당분간 더 큰 불확실성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가장 큰 관건은 스페인이 과연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인지 여부이다.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라호이 총리의 지난 3일(현지시간) 발언은 그동안의 완고한 구제금융 반대 입장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라호이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국채금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치솟고 있다"면서도 "전면 구제금융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달리 스페인은 금융부실이 재정위기로 번진 구조라 은행 구조조정만 해결하면 나라 살림에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더구나 6월 최대 1,000억유로에 달하는 은행 지원자금을 받기로 한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사실 스페인 정부 입장에서 전면 구제금융 신청은 여러모로 부담이 큰 카드다. 일단 구제금융이 결정되면 유럽연합(EU) 등 채권단은 스페인에 지금보다 더욱 혹독한 긴축 및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은 충실히 숙제를 이행해왔으며 추가 구조조정은 불공정(unjust)한 일"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오는 2014년까지 1,021억유로를 아껴 지난해 8.9%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8%까지 낮추겠다는 추가 긴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신청해 채권단이 마드리드에 들이닥치면 지금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긴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라호이 총리는 위기극복에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 찍혀 정권에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라호이 총리의 발언이 사실은 '시간 벌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이날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은행면허를 주는 방안을 비롯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으며 9월3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의 '한수'를 지켜본 EU와 ECB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입장에서도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규모는 최대 6,500억유로(9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유럽의 방화벽인 ESM의 전체 기금 5,000억유로를 훌쩍 뛰어넘는다.

자칫 유럽 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공포감이 커지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이 구제금융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탈리아의 긴장감도 더 높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이목은 앞으로 수주 동안 스페인 사태의 열쇠를 쥔 ECB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CB가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비롯한 효율적인 위기대책을 내놓을지, 내놓는다면 언제 어떻게 발표할지에 따라 재정위기 사태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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