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중에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볼커는 이날 워싱턴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정책 총회에 참석해 “현재 시중에 많은 자금이 공급돼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FRB는 그간의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중에 총 3조 900억 달러를 공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지금은 인플레가 문제가 아니므로 완화 기조가 괜찮다”면서도 “부양 기조를 접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결정적 시점에 시장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면서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볼커는 출구 전략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진짜 도전"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볼커에 앞서 연설한 재닛 옐런 FRB 부의장도 연준의 초 완화 기조에 대한 우려와 관련, "(부작용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단연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부양 규모를) 줄여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연준 정책이 금융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연준이 매월 850억 달러 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볼커는 미국의 금융개혁 마무리 작업이 늦춰져 온 점도 비판했다. 월가 로비도 금융 개혁을 지연시켜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볼커 주도로 마련된 금융개혁안, 이른바 '볼커 룰'을 토대로 2010년 '프랭크-도드법'을 발효시켰으나 이는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및 통화감독국(OCC) 등 5개 기관의 조율 작업이 늦어져 지금까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볼커 룰은 애초 지난해 7월까지 구체화할 예정이었으나 앞으로도 몇 년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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