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군기의 경제학

우현석 <정보산업부 차장>

군(軍)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전방감시초소(GP) 총기난사, 내무반 보리차 제초제 투입, 총기탈취 사건이 터지더니 공군전투기 연쇄 추락에다 훈련받던 장병 4명이 익사하는 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했다. 이런 사건ㆍ사고를 모두 군기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총기난사, 제초제 투입, 총기탈취 사건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이 사건들 중 일부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정원 도청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아직까지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것이 뻔하다. GP 총기난사 사건이 불거지자 언론들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온갖 이유를 다 갖다붙였다. 처음에는 ‘약방의 감초’ 같은 신세대의 인내심 부족이 지면을 도배하더니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인터넷게임이 김 일병의 정서를 황폐화한 원흉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래도 군기사고의 원인분석까지는 봐줄 만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등이 내놓은 군기사고 예방대책에서 즉흥적 수사의 향연은 극에 달한다. 국방위 소속의 한 의원은 “인권개선, 인성교육 등이 부실하니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을 내뱉었다. 또 다른 의원은 “남북이 함께 비무장지대에서 GP를 단계적으로 철수시켜야 한다”고 했고 “부대 인근의 성직자들을 인성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의원도 있었다. 이 나라에서 군복무를 마친 남자들이라면 이 같은 ‘모듬 대책’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추상적인 제안이라는 것을 잘 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군대에서 통제를 동원하지 않고 인격 존중만으로 군기를 확립하라는 것은 스튜어디스에게 사단병력을 지휘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국방부가 봇물처럼 터지는 군기사고의 대책 마련에 가장 구체적인 해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은 “점진적인 군구조 개편과 모병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모병제를 실시하면 돈을 벌기 위해 군에 취업하게 되고 지금의 아마추어 군대는 프로 군대로 변신하게 되니 군기를 잡는 수단은 ‘얼차려’에서 ‘돈’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월급을 받으려면 말을 잘 들어야 되니까 군기는 잡히겠지만 문제는 재원조달 방법이다.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문제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