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발표를 목표로 201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경제정책방향은 매년 12월이나 1월에 발표되는데 내용에는 내년 경제성장률∙실업률∙물가∙무역수지 등 주요 거시지표와 함께 그해 경제정책 중점 과제가 담긴다.
문제는 다음달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 이미 발표됐던 경제정책방향이 완전히 뒤바뀔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가 펼치는 부양책의 강도에 따라 경제성장률부터 0.3~0.5%포인트는 좌우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두 번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참여정부 말에도 경제운용계획은 지난 2008년 1월과 3월 두 번 발표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1월에 수정한 경제성장률 등 주요 골격을 내놓되 상세 계획은 3월로 미룰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 예산과 세제개편안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형식으로든 손볼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 추가세입과 예산구조를 뒤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내년 준비를 하면서도 준비를 다시 할 각오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긴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상황에도 정부가 내놓는 카드는 이미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7월 벌였던 끝장토론을 토대로 신설된 경제활력대책회의는 지난달 26일 7차례의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큰 한방'을 내놓기는 '민감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올 하반기 나올 예정이던 중장기 전략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발표시점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는 후문이다. 해당 부서는 엉뚱하게도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 문건을 만들었다가 국회에서 뭇매를 맞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경기부양 대책에는 소홀한 반면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과 인사를 두고는 눈치작전이 심각하다. 관료들의 신경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총리실에 이어 다음달 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환경부 등 5개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조직개편에 대한 신경전은 더욱 극심해지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은 해당 기관뿐 아니라 재정부 등 이들과 맞물린 조직들까지 술렁거리게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위를 재정부에 합칠 경우 예산실이 과거 기획예산처 형태로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며 "부처 개편에 따라 세종시에 이전했다가 서울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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