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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일본 경제 뒤따르지 않으려면

환율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

연금체제 미구축에 저성장 국면 땐 복지수요 폭발로 국가부채 급증

경상흑자 폭 줄여 환율변동 대비

신산업 육성·산업 경쟁력 높여야 日 20년 침체 답습 막을 수 있어


한국 경제가 일본의 20년 경기침체를 답습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20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 1993년과 지금의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먼저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낮아지는 요인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이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여기에 연금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40대들이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날 경우 일본과 같이 환율이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93년 20년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시점에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앞으로 약 2년 뒤인 오는 2017년이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주택수요를 줄여 부동산 가격을 폭락시키고 소비를 감소시켜 경제를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게 한다.

산업이전도 유사하다. 일본은 전자·조선·철강 등에서 한국으로 산업이전을 하게 된다. 한국도 지금 중국으로의 산업이전을 염려하고 있다. 이미 조선·철강 그리고 석유화학의 경우 산업이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전자도 중국으로의 산업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도 비슷하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미시적 대책을 사용했지만 부동산 경기는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 물가가 높아졌으나 지금은 소비를 줄이면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으며 환율까지 하락할 경우 물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 같이 된다면 그 영향은 일본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달리 연금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복지수요가 폭발해 국가부채가 늘어나며 남미형 혹은 남유럽형 경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부채 부실로 금융위기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경제가 일본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대책은 일본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지금 아베노믹스로 20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먼저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양적완화 정책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환율정책에 있다. 아베노믹스를 디자인한 예일대 하마다 고이치 교수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시점에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의 가치를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일본의 엔화 환율은 지난해 초 달러당 75엔에서 최근 116엔까지 55% 이상 올랐으며 이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50%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도 일본과 같이 돈을 푸는 통화정책으로 환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일본의 엔화는 국제통화이며 한국의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양적완화로 원화 환율을 높일 수는 없다. 환율을 높이는 방법은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거나 미국을 설득해 직접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음으로 과도한 내수부양정책 대신 일본의 재흥정책과 같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급 측면의 대책을 사용해야 한다. 중국으로의 산업이전을 늦추기 위해 기술력을 보강하거나 혁신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게 연금제도를 비롯한 각종 불합리한 경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을 경제혁신3개년계획에서 구체화해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국 경제가 일본의 20년 경기침체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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