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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거복지정책 새 패러다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한국경제구조의 변화과정에서 나타난 계층 간 격차 문제는 결국 대선정국에서 복지경쟁을 불러왔다. 더욱이 대내외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저성장 추세, 인구고령화와 생산가능연령 감소, 베이비부머의 은퇴, 소득격차 확대 등 앞으로 나타날 여건 변화를 예상해볼 때 계층 간 격차는 해결되기 쉽지 않은 문제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거복지 문제는 주택이 삶의 기본 터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경제발전과 더불어 주택의 양적 부족 현상이 완화됐고 평균적인 질적 수준도 향상됐으나 저소득층의 주거수준은 별로 개선되지 못했다. 통계자료를 이용해 지난 5년간 저소득층의 주거수준을 분석해보면 보증부 월세가구 비중이 증가했으며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나 전세보증금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주거수준이나 주거부담능력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공임대 한계…민간 적극 활용을

정부는 그동안 국민 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직면해야 할 사회ㆍ경제적 환경 변화를 생각하면 기존의 주택시장 환경에 맞춰졌던 주거복지정책의 방향과 목표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즉 주거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책대상이 되는 가구의 실질적인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주거복지정책을 정립해야 한다. 주거빈곤 계층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만족시키는 정책지원은 필요하지만 이들이 영원히 주거빈곤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주거 상향이동과 주택소유를 통해 건전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자립형ㆍ능동적 주거복지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능동적 주거복지는 기본적으로 형평성에 기초해야 한다. 행운에 의해 주택을 소유하고 이에 따른 자본이득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소유에 따른 비용을 개인의 노력으로 부담하게 하고 정부가 이를 일정 부분 지원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또한 공공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민간 부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부가 주거복지정책과 관련된 모든 부담을 할 수는 없다. 특히 공공 부문의 대량 임대주택 공급이 지속가능한지 평가해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택지ㆍ재원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대량의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하기는 어렵다. 공급된 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관리비용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공공 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은 가용재원의 여건을 고려해 속도를 조정하되 민간 부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ㆍ보험회사ㆍ리츠 등 안정적 운용수익을 선호하고 장기간 임대사업이 가능한 사업주체가 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일정한 정부지원을 통해 저소득층이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우리 임대주택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 보유자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들이 소유한 주택이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보유주택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할 수 있도록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제 등을 개선해 장기 임대를 유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별 주거지원체계 필요

한편 소득계층별 주거복지정책과 함께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패턴을 고려한 주거복지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주거복지수요는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과 분가, 그리고 빈 둥지 가구로 변화되는 가구의 생애주기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청년층에게는 일자리ㆍ소득창출과 연동될 수 있도록 중장년층에게는 주거소비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년층에게는 의료ㆍ복지 서비스가 연계된 묶음 형태의 주거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앞으로의 주거복지정책은 주택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이,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족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사회생활에서의 온갖 아픔을 치유함으로써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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