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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위기 엎친데 덮친격

佛 5대銀 공적자금 요청… 남유럽 신용등급 잇단 강등… <BR>獨·佛 정상 긴급회담

그리스에서 촉발된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신용등급 도미노 강등과 유럽 강대국의 금융위기로 빠르게 비화하고 있다. 부실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역내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에 이어 벨기에의 국가신용등급에도 노란불이 들어오는 등 유럽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8일 프랑스 주요 5개 은행이 정부에 총 1,000억~1,5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돈줄이 막히면서 이제 정부의 도움 없이는 급한 불을 끌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역시 독일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로존 1ㆍ2위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은행마저 정부에 손을 벌릴 정도로 자금 조달 사정이 어려워졌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을 이끌어내며 재정위기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독일과 프랑스의 행동 반경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는 "정부로부터 자본 확충을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도 "프랑스 은행들이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할 가능성은 낮다"고 금융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도이체포스트방크의 마크 헤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21%선인 민간 금융권 보유 그리스 국채의 헤어컷(자산 평가절하)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추가 자금의 필요성을 시인했다. 유럽 금융권을 둘러싼 공포심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위기 국가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와 두 단계씩 강등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AA-이던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은 A+로 낮아졌으며 스페인 등급도 AA+에서 AA-로 강등됐다. 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반면 경제성장 전망은 낮아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신용등급 강등의 불똥은 남유럽 바깥으로까지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현재 Aa1 등급인 벨기에의 자국 및 외화표시 국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의 우량국인 독일 역시 국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일 75bp(1bp=0.01%)에서 7일 현재 98bp까지 급등해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위기 진화를 위한 각국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9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은행에 대한 자금 확충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위기에 대응한 각종 대책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400억유로를 투입해 역내 은행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자산담보부증권)를 직접 매입하기로 했지만 좀더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도 유동성 공급을 위한 2차 양적완화(QE2)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당국의 기대와 달리 국채 값이 떨어지는 등(국채금리 상승)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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