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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역효과로 불신 키워… 위기 극복 능력에 회의론

[유럽위기 장기화 우려] <br>인플레 가중·경제둔화 등 유로존 해법 아직 못찾아<br>美 회사채 시장도 흔들… 당분간 시장불안 이어질듯


유로존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연일 뒤흔들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 달러(1,153조원) 이상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했지만 위기극복 능력에 대한 회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 하락세에 끝이 안 보인다"며 당분간 금융시장에 불안이 이어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법이 없는 유로존=유로존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것은 각종 해법이 역효과를 양산하며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위기국 국채에 대한 채무조정을 우려해 서로 단기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말라붙기 시작하며 '유동성 위기'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 유럽은행의 경우 채권 손실에 대비한 보험비용(CDS)이 최근 한달 사이에 무려 63%가량 높아졌다. 유로존이 이같은 우려를 막기 위해 그리스 등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결정, 사실상 양적완화 정책으로 회귀하자 이번에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주 말 "이번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ㆍ영국 등과는 다를 것"이라며 "지금까지 공급해온 다른 형태의 유동성을 회수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 등에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기존 채무국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 또다시 재정위기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부도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문제다. 유로존의 구제금융은 사실상 그리스 자체가 아니라 그리스 국채를 들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재정 긴축 방안을 충실히 실천한다고 해도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둔화는 불가피=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유로존의 경기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1% 내외로 지난 1981~1993년 평균인 2.25%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경제회복 청사진마저 바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머징국가들에 대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5% 이상으로 미국(3.2%)과 유로존(1%)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보도했다. ◇채권시장 불안도 증폭=유로존의 은행대출 경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시스템 붕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금리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2002~2007년 5년간 평균치의 두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회사채 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투자자들이 미국 정크본드 회사채 시장에서 17억달러를 인출해 안전자산인 국채 등으로 옮겨갔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인출 금액은 사상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지난주 채권 발행도 투자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150억달러에 머물며 지난해 주간 평균치(200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한편 지난주 유럽의 투자적격등급 채권 판매 규모는 88%나 급감한 12억달러에 그쳤다. FT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회복세로 전환했던 대형 헤지펀드들이 5월 들어 줄줄이 수익률 하락을 기록하며 이달 첫 주에만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캠프 이글자산운용 채권 담당임원은 "가격 위험의 초입에 와 있는 것 같다"며 "리스크 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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