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인구감소에 따른 국내 소비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 일본 정부는 당장 오는 10월부터 외국인 면세한도 품목과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면세점도 2020년까지 1만곳으로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기업들도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일본 기업과 지자체의 방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확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국 체인 아인파머시즈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도쿄 하라주쿠, 삿포로에 면세매장을 늘릴 방침이다. 부산~후쿠오카를 잇는 여객선이 드나드는 하카타항 국제터미널은 10월부터 한국인 관광객이 규슈 지역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출국 직전에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쓰비시UFJ와 미쓰이스미토모카드 등 카드사들은 외국인이 자국 통화로 카드결제를 할 수 있는 점포를 현 650여곳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8,0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방일 외국인의 주된 애로사항인 언어장벽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매 금융사인 세븐은행은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지원언어를 현 4개에서 태국어·베트남어 등을 추가해 15개로 늘린다. 교토시도 10월부터 통역 콜센터를 열어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쿄 오다이바 지구 복합 쇼핑몰인 다이버시티도쿄플라자는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중국어 연수를 내년 3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기업·지자체의 이 같은 정책은 10월에 시작되는 외국인 면세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1만엔(약 10만400원)이 넘는 가전제품 등에 국한했던 외국인 면세 대상을 10월부터 5,000~50만엔에 이르는 전 품목으로 확대 적용한다. 정부는 올 4월 기준 5,800여곳 수준인 전국 면세점 수도 2020년까지 1만곳으로 늘려 방일 외국인이 전국에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아베 신조 정권은 2020년 연간 방일 외국인 2,000만명, 2030년 3,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비자면제 국가와 면세범위를 확대해 외국인 쇼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감소·고령화에 따른 소비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아베식 성장전략의 한 기둥이기도 하다. 국토교통성은 방일 외국인 11명의 소비액이 일본인 1인분에 해당하며 '2020년까지 2,000만명' 목표를 달성할 경우 같은 기간 국내 인구 감소(약 320만명)에 따른 소비감소액의 약 30%를 보충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일 외국인 수는 엔저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626만명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1,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일본의 인구 대비 외국인 여행객 비율은 8%에 불과해 프랑스(130%), 이탈리아(80%)는 물론 한국(24%)에도 크게 뒤진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카지노 합법화까지 밀어붙이며 외국인 유인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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