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편 백지화가 당론으로 확정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당의 핵심조직에서 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 지난 8월 전체적인 세법개정 당시 정부에 소득세법만큼은 자신들이 알아서 잘하겠다며 손을 떼라고 요청한 것이 새누리당 아닌가.
소득세 전면개편을 유보해야 한다는 당내 논리가 우선 어설프다. 야당과의 합의가 어렵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는데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여야 의석분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어차피 정권은 바뀌게 돼 있었다.
그러니 새누리당이 애초부터 소득세제 개편, 특히 과표구간 조정을 막기 위해 정부에 손을 떼라고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1,500만명에 이르는 납세자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있는 과표구간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대선 셈법이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과표구간이 조정되면 단 1원 차이로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계층의 원성과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최고 세율구간만 하향 조정한 민주당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중산층 세부담 증가를 외면한 졸속처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과표구간을 그대로 둔다면 유리알 지갑인 샐러리맨들은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공언한 소득세 개편을 정당한 명분도 없이 유야무야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한푼이 아쉬운 서민과 중산층은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달 각 분야에 걸쳐 마련된 종합세제개편안도 핵심인 소득세가 빠져 균형이 흐트러지게 된다.
자신들의 득표편의주의에 따라 국민에게 한 말까지 뒤집으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세제개편을 방기한다면 또 하나의 직무유기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