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인 맥스웰 스쿨과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뉴욕 밀레니엄플라자 호텔에서 공동주최한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 중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리셉션ㆍ세미나 등에서 몇 차례 조우했으나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했던 별도 회동도 없었다. 최근 군부대의 구호 등에 이어 북측의 대남 비방을 강화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이 접촉 무산의 한 배경이라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우리 정부의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세미나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며 북한의 리 부상 역시 군축연구소 자문역이라는 민간 자격으로 참석했음에도 남북한 접촉을 위해 초청대상도 아닌 임 본부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회담이 핵 활동 유예 및 영양지원 합의를 이끌어내자 미국 정부는 리 부상에 대해 비자발급을 결정했고 한국 정부도 이 기회에 남북협의를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뉴욕에 도착한 리 부상이 남북접촉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한 소식통은 "임 본부장이 이번주 초 서울을 떠날 때만해도 남북 접촉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실제 행사장에서 보니 완전히 다른 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임 본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북미 간 베이징합의의 충실한 이행이 6자회담 재개의 첩경이라는 점과 남북대화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리 부상은 먼저 북미관계의 개선이 이뤄지면 북한 핵 문제도 풀려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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