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의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세 수입으로 생활해왔는데 최근 철거됐습니다. 나중에 큰 아파트를 배정 받더라도 당장 수입이 없어지므로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세에 떠밀려 조합에 동의서를 제출하고 개발 사업에 동참했는데 이제 와서는 세입자 보상마저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세입자 보상은 조합이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재개발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개발 미동의자 내지는 세입자에 대한 보상 협의입니다. 용산 사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도 이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이주민의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이에 따라 보상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세입자 보상은 고스란히 조합이 부담해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입자에 대한 보상은 조합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조합 정관에 따라 세입자가 속한 건축물의 소유자가 보상비용을 일괄 지급하도록 강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재개발사업 자체는 모든 조합원이 부담과 이익을 공동 부담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세입자가 많은 조합원의 부담액이 더 큰 구조로 변한 것입니다. 세입자에 대한 부담을 전체 조합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개별 조합원에게 부담하도록 하면서 오히려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보상금 지급 시기가 다가오면 집주인들이 세입자와의 계약을 파기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이 세입자를 보상 시기 이전에 내쫓게 되는 것입니다. 재개발 조합원들은 조합 정관에 세입자 보상 주체를 누구로 명시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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