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8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클린턴 미 대통령과 멀로니 캐나다 총리,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었다. 102개 조문으로 이뤄진 나프타의 골자는 회원국 간 관세인하와 기술ㆍ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인력이동의 자유는 멕시코인들의 대거 유입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으나 협정은 세계 각국에 두려움을 안겨줬다. 미국과 캐나다ㆍ멕시코 세 나라를 합쳐 3억6,000만명의 인구와 6조8,000억달러의 국내총생산을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경제권이 몰고 올 파급효과를 우려해서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라 나왔다. 당시의 우려와 두려움ㆍ경고는 과연 맞는 것이었을까. 나프타 체결 15년이 지난 오늘날의 경제성적표를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동일한 결과를 놓고도 자유무역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3국 간 무역액이 2,970억달러에서 9,300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는 긍정론의 이면에 멕시코 농업이 완전히 무너지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으며 성장혜택도 몇몇 미국 기업이 독점했을 뿐이라는 비판론이 상존한다. 분명한 사실은 갈수록 낙관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3국의 나프타 지지도는 5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16%선까지 떨어졌다. 2008년 미국 대선을 즈음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오히려 절반을 넘어섰다. 나프타 자체의 생명력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오마바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 개별 자유무역협정은 물론 나프타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눈앞에 둔 우리로서는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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