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 한국 영화계에 현재의 20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찾아보긴 꽤 어려웠다. 지금의 20대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기가 좀 '애매'했기 때문일 테다. 모든 걸 내던지고 사랑에 뛰어드는 20대란 좀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도서관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음만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관객들은 생기발랄한 20대를 만나기 위해 추억을 뒤지거나 허구의 세계로 가야 했다.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이 반가운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영화는 스무 살이 된 세 청년의 좀 '찌질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우울하기보다 발랄하다. 가난을 말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뻔해 보이지만 피로하지 않다. 자전적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낸 이병헌 감독의 공이 컸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에 현실성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스무 살을 먼저 경험했던 그들은 각자 어떤 생각을 품고 영화를 만났을까. 꿈은 없지만 잘난 '치호'를 연기한 배우 김우빈과 꿈은 있지만 가난한 '동우'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이준호를 각각 만났다.
● '치호' 역 김우빈
"스무살 무렵 모델 데뷔… 힘들었지만 행복"
목표향해 쉼없이 달려와… 신뢰 주는 연기자 되고파
"어릴 때부터 모델을 꿈꿨고 스무 살 무렵 데뷔했어요. 꿈을 이룬 거죠. 물론 일이 안 들어 올 때는 불안했어요. 하지만 무대에 서는 게 너무 행복했기에 '이게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어요. 아니, 진짜 좋아하는 일이니까 의심할 수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 '스물' 속 경재(강하늘 분)는 친구 치호에 대해 "그의 목표는 숨을 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치호는 특별한 꿈도 없고 별다른 고민도 없지만, 잘난 외모와 거칠 것 없는 성격 덕에 인기는 많은 인물.
잘난 것 빼곤 배우 김우빈(25·사진)과 공통점은 없는 듯했다. 일례로 김우빈이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모델이라는 꿈을 발견하고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져 있다. 화려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반듯하고 성실한 점 역시. 실제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모든 일에 다 감사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하지만 그는 치호를 이해했다.
"제 스무 살 때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 치호의 생각을 알 것 같았어요. 이를테면 남들이 볼 땐 치호가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누구나 나름대로는 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점들은 다를 게 없죠"
김우빈은 2013년 '친구2'로 영화계에 본격 발을 내딛은 후 이번 작품까지 주연만 내리 3편을 맡았다. 소위 요즘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20대 중 한 명.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제게 연기란 항상 새롭고, 할 때마다 설레고, 자극도 되고, 그래서 자꾸 하고 싶은 일이에요. 계속 노력해 좀 더 신뢰를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 '동우' 역 이준호
"연습생때 포기할 용기없어 악착같이 버텼죠"
첫 주연인데 연기에 아쉬움… 춤·노래 등 모두 잘하고 싶어
17살 6,500대 1 경쟁률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1등을 하고 3년 뒤인 스무 살 2PM이라는 그룹으로 데뷔, 지금까지 팬들의 환호 속에 연기와 노래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인기 아이돌. '스물'에서 동우를 연기한 이준호(25·사진)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반면 동우는 가난 때문에 사랑을 유예하고 꿈마저 포기하는, 말하자면 뉴스에 자주 나오는 '삼포세대'와 가장 닮아 있는 인물이다. 참 달라 보이는데 그는 동우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오디션 1등과 데뷔 사이 3년이라는 연습생 기간이 있었는데 그곳은 진짜 전쟁터 같았어요. 재능있는 친구, 잘 생긴 애들이 너무 많은 거죠. 실력도 쉽게 늘지 않고, 열심히 해도 타고난 사람을 이기긴 어렵겠다고 불안해 했어요.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극 중에서 동우가 '포기가 얼마나 힘든 건 줄 아느냐'는 말을 하는 데 진짜 공감했어요. 저는 그만두면 너무 힘들 걸 알았기에, 포기할 용기가 없었기에 더 악착같이 잡은 것 같기도 해요."
"첫 주연인 만큼 내 연기가 자꾸 눈에 밟히는데 계속 그냥 좀 아쉬웠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춤과 노래, 솔로와 그룹 활동, 연기 모두를 다 잘하고 싶단다. 스스로도 "욕심이 많다"고.
"2PM은 무조건 끝까지 하는 거예요. 8년간 함께한 멤버들은 서로 부족한 점마저도 너무 잘 알아서 함께 하면 정말 기쁨이 배가 되죠. 반면 솔로와 연기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제가 받는 동시에 책임도 제가 지잖아요. 그래서 더 신 나기도 하지만 욕도 혼자 먹어요. 멘탈이 좀 더 강해져야 할 것 같더라구요(웃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