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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이동 경로 추적해보니

단둥 아닌 지안 노선 선택… 동북 3성서 中고위인사 접견說<br>지린시 김일성 모교방문… 양국 혈맹관계 대내외 과시<br>창춘·투먼 등 개발지역 시찰… 경제 재건 본격행보 분석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이 동북 3성 경제개발을 위해 북한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창춘(長春)ㆍ지린(吉林)ㆍ투먼(圖們)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長吉圖) 선도구’ 개발 지역 중 하나인 지린(吉林)시를 첫 기착지로 택했다.

이전 5차례의 중국 진입 루트는 모두 압록강 하류 접경지대인 신의주와 단둥 노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 위원장은 26일 0시께 특별 열차편으로 단둥에서 북동쪽으로 수백km 떨어진 북한 자강도 만포와 중국 지린성의 지안(集安) 노선을 통해 국경을 넘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곧바로 북서쪽으로 퉁화를 거쳐 오전에 지린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당시 지린시 일대는 중국 공안들이 도로를 봉쇄하는 등 철통 경비를 서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북중 접경지역인 지안에서 차기 중국 권력 승계자인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김 위원장을 영접해 동선을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기존 단둥 노선이 아니라 파격적으로 지안 노선을 택한 것은 극비의 잠행을 좋아하는 특성상 언론의 노출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과 함께 베이징에서 한참 떨어진 우회 노선을 택한 것은 베이징을 가지 않고 중국 고위인사를 동북 3성에서 접견한 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지린시에서 위원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북산공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위원 중학교는 고 김일성 주석이 중학교때 수학했던 곳이고 북산공원은 항일전쟁 당시 전사한 혁명열사기념탑과 6ㆍ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 열사의 사적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북ㆍ중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노선은 또 중국이 동북 3성의 경제허브 육성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창지투 선도구 사업의 거점인 지린과 창춘에 집중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김 위원장은 5차례 중국을 방문했는데 모두 북한경제개발의 모티브를 삼기 위해 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 등 중국 정부가 개혁ㆍ개방 정책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연안 개발 지역을 시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북한 두만강 유역의 라진항 부두 확장 및 개발과 맞물려 동북 3성의 경제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창지투 개발지역을 선택함으로써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신의주 등 일대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면서 유엔에 구조물자를 지원하는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난에 처해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태평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교두보로 북한 라진항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라진항 부두 시설 투자 확대를 포함한 개방 계획을 중국 측에 알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 정부로부터 도로 등 기반 시설 투자 및 경제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는 올 10월 개통될 창춘ㆍ지린ㆍ훈춘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포함해 2020년까지 창지투 선도구에 2,800억위안(457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창지투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한국ㆍ일본을 넘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북한 라진항 부두 사용권 확대와 시설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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