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벤츠등 신차 출시 가격 예상보다 낮고<br>현대·기아는 값 올려… 소비자들 "수입차로"<br>수입차업계 "내수 점유율 확대 절호의 기회"
"일본 도요타가 국산차 시장과 수입차 시장의 경계를 흔든다면 장기적으로 모든 수입차 업체들에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 될 겁니다."(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자동차 내수시장에 존재했던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충성도 높았던 국산차 고객들이 수입차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구분이 모호해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주역은 일본 도요타. 4개의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내놓은 가격 전략은 현대차가 장악한 자동차 내수시장을 충분히 교란시키고 있다. 다른 업체들까지 이제는 타깃을 경쟁 수입차에 국한시키지 않고 현대ㆍ기아차를 바로 겨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뉴 토러스를 출시한 포드코리아는 경쟁 상대를 현대차의 제네시스로 정했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듬직한 디자인에다 첨단 장비까지 갖춘 이 차의 가격은 3,700만원과 4,400만원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옵션만 붙여도 5,000만원대 후반인 제네시스보다 대단히 싼 편이다.
출시 한달 만에 1차 공급물량 500대를 모두 판매한 포드코리아는 토러스가 제네시스 수요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도요타 브랜드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캠리 등 4종의 차가 출시 열흘 만에 529대나 팔렸고 최근까지 계약대수는 4,000대가 넘는다. 이중 캠리는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두 모델의 고객을 동시에 유혹하고 있다. 3,490만원이라는 가격이 두 모델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고 있기 때문.
이밖에 지난 9월과 10월 수입차 판매 1위 모델인 벤츠 E클래스도 두달 동안 1,000대 넘게 판매됐다. 7,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가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E클래스가 제네시스와 에쿠스 고객을 조금씩 빼앗아가고 있다고 해석하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실적.
이처럼 국산차 고객이 수입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첫번째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책정한 반면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가격을 올려 경쟁 모델 간 가격 격차가 줄었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이 소비자들이 다양성을 요구하도록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자동차 강국의 소비자들은 더 새롭고 보다 감동적인 자동차를 원하게 된다"며 "이는 도요타뿐 아니라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는 브랜드들이 도입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6%를 넘었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올 9월 현재 5%로 떨어진 상황. 하지만 소비자들의 이동이 확산되면서 점유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저가 수입차로 이동한 소비자들이 향후 프리미엄급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며 "수입차 업계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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