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독일이 재정위기를 틈타 실익을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독일은 최근 자국 내 임금 비용을 높이고 내수를 부양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목 아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메탈) 노동자의 임금을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려주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50억유로 규모의 2년 만기 제로 쿠폰(표면금리 0%) 국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만기가 되도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커지면서 스페인 등의 국채 금리가 급등(가격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입찰에서는 2년 만기 국채의 표면금리가 0.25%였다.
독일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오는 2023년 만기의 물가연동국채도 입찰에 부친다. 예정 입찰 규모는 15억유로로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자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FT는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이탈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최근 독일ㆍ영국ㆍ미국ㆍ일본 국채 값을 밀어 올렸고 그 결과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로존 국가의 경제가 죽을 쑤는 것과 달리 독일 경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올 1·4분기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인 0.1%를 크게 웃돌았다. 3월 수출도 전달 대비 0.9%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같은 달 산업 생산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2.8%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디비앙 샤 IFR마켓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난처로서 독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며 "독일 국채가 유럽 시장의 기초체력 저하로 과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