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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 난이도보다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더 문제다

11월13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는 영어가 쉬워질 듯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6일 2015학년도 수능 출제방식을 바꿔 영어의 경우 어려운 B형과 쉬운 A형으로 나눠 치르던 수준별 시험을 폐지해 기존의 B형보다 쉬운 통합형 시험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능 영어가 쉬워지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크게 경감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영어 난이도 조정만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덜어질까.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영어보다 수학에 더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서 영어 난이도 조정은 초점에서 빗나갔다는 지적이다. 영어가 쉬워져 변별력이 떨어지면 수학·국어 등 다른 과목의 성적을 높이기 위한 과외 수요가 늘어 사교육비가 되레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올해 수능에서 수학과 국어는 여전히 A·B형 수준별 시험이 유지돼 수학이나 국어에 대한 추가 과외를 받는 수험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발상 자체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영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혼선만 가중시킬 뿐이다. 물론 새로운 수능평가 방식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첫해인 지난해 입학사정관제와 A·B형 선택형 수능,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된 정책을 대부분 폐지 또는 수정하고도 학교교육평가가 5점 만점에 2.49점으로 이명박 정부의 2.90점(2012년)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교육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데 있다. 학생과 학부형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잦은 입시제도 변경이다. 불과 한두해 전에 만든 제도에 따라 시험준비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뒤집어버리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뒤흔드는 악순환을 그만 끊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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