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기가 가회동 성당입니다."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에서 북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삼청동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 올라가 '가회동 성당'을 마주했지만 거기에 성당은 없었다. 늘어선 돌담 뒤로는 나지막한 한옥만 보인다. 성당 입구로 다가가도 기존 성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없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서도 생소함은 계속됐다. 너른 안마당부터 펼쳐지기 때문. 성당에 한옥과 마당이라니. 다만 전면에 양옥 두 채가 보이고 저 꼭대기로 종탑과 십자가가 보인다. 그제야 성당이구나 싶다.
안마당 중앙에 서면 한옥이 'ㄴ'자 형으로 뒤를 둘러싸고 있고 전면으로 양옥 두 채가 놓여 있다. 오른쪽은 사제관, 왼쪽은 성전이라고 한다. 안마당을 성당 중심에 둔 것은 이 동네를 닮기 위해서다. 인근의 한옥들은 모두 마당을 중심으로 형태를 이룬다. 성당 역시 마당을 중심에 놓고 그 다음 한옥과 성전 사제관을 배치했다.
성당 전면부에 돌담을 쌓고 한옥을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지역은 법적으로 한옥을 짓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건축가는 성당이 이곳 북촌마을의 풍광과 자연스레 어울리기 위해선 한옥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강제성이 없는 곳에서 한옥을 지음으로써 그 뜻이 이어지길 바랐다.
한옥과 양옥이 이질적일 법도 한데 한 공간에서 자연스레 어울린다. 넓게 배치한 안마당이 둘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건축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곳 성당은 방문객들에게 완전히 열려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사람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한옥의 오른쪽 끄트머리에 있는 정자에는 그러한 배려가 묻어난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이로 기자도 슬그머니 걸터앉았다. 걷느라 쌓인 피로가 금세 달아난다.
앉아 있으니 두 채의 양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역시 크지 않은 이 동네 건물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하를 깊이 파내 건물의 70%를 땅속에 묻었다. 암반을 파내는 수고와 비용이 들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다.
양옥의 벽면은 단아한 느낌의 상아색 대리석이다. 대리석마다 줄눈이 세개씩 그어져 있어 빛 반사가 덜해 바라봄이 편안하다. 실제로 새로 지은 건물이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는 건축가의 설명이다. 배려는 곳곳에 배여 있다.
안마당 중심부에 놓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2층 연결마당에 도달한다. 비어있는 전면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일부러 이곳과 한옥 중간을 비워 바람길을 열어둔 덕분이다.
왼편의 묵직한 나무문을 밀어젖히면 곧바로 대성전과 마주한다. 대성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제단엔 천정 창문으로 햇볕이 은은히 쏟아진다. 입구 쪽 어둠과 제단 쪽 빛이 어우러지며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공간 속에서 기도하는 할머니 한분을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발길을 돌려 옥상으로 향한다. 오르자마자 사면으로 열린 드넓은 풍광이 다가온다. 기와지붕들, 북악산, 고층 빌딩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들이 이 풍광을 마음껏 누리게 하고 싶었던 건축가는 엘리베이터도 대형으로 설치했다. 개방성의 백미다.
다시 1층 안마당으로 내려왔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을 잊지 못해 다시 위쪽을 쳐다봤다. 십자가가 두 개로 나뉘었다. 옥상의 종탑이 대성전 대리석 벽면에 그림자 십자가를 만들었다. 건축가는 자신이 의도한 바이긴 한데 생각보다 멋져서 놀랐단다. 다시 찾게 될 것을 예감하며 성당에서 나왔다.
"누구나 언제든 부담없이 찾게 개방성에 중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