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2008년 서브프라임 문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하면서 비관론자라는 뜻의'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는 2006년 9월 IMF(국제통화기금)에 모인 경제학자들에게 곧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며 그 과정을 12단계로 나눠 이른바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무시됐지만 이듬해부터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예지력을 높게 평가 받아왔다. 이 책은 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출간하는 저서이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저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비니는 이 책에서 '위기경제학'(Crisis Economics)을 다룬다.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분석한 뒤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위기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그동안 무수히 반복돼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사 속 위기 경제의 사례들을 짚어보며 발생원인을 분석한다. 예컨대 1630년대 네덜란드 튤립 투기사건과 1720년대 남해포말사건, 1825년 세계대공황과 1907년의 혼란, 1930년대의 대공황기를 다룬다. 또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신흥시장과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경제위기들도 분석한다.
루비니는 앞으로 미국의 위상은 점점 더 추락하고 위기는 더 잦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란 아주 오래됐고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익스피어 연극이 무대와 관객은 바뀌어도 연극의 등장인물, 극의 순서와 내용은 그대로인 것처럼 경제위기가 세기를 뛰어넘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 거품 조장의 촉매제가 주로 과학기술 혁신이나 특정상품, 원자재 부족현상, 새 해외시장의 개방이었던 데 비해 최근 위기의 촉매제는 금융시스템 내에서 새롭게 고안된 여러 가지 기법들이라고 진단한다. ABS(자산유동화증권), MBS(주택저당채권), CDO(부채담보부증권) 등 복잡해지고 있는 구조화 파생상품이 그 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규모의 증권화 과정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구조화 상품을 쏟아냈다. 증권화 과정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거품이 형성되던 몇 년간 중요성이 더 증대됐다. 대출후 정크 모기지를 쪼개고 분할해서 다시 유해한 MBS를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증권은 마치 AAA등급의 금인 것처럼 포장돼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궁극적으로 그가 내민 처방전은 거대 금융기업을 쪼개고 분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CEO라도 수천 종에 달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업을 혼자 이끌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독관에게 금융기업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 모든 거대은행을 한꺼번에 분할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펼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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