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등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가 비주류에 넘어간 집권당 원내지도부의 당정ㆍ당청 관계 재검토 의지로 본격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그동안의 친이명박계에서 소장파와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은 중도ㆍ비주류로 바뀜으로써 당정청 관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주영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 위해 정책위의 진용을 구축하는 대로 당정청 조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과의 사전협의 없는 정책은 허용하지 않고 당이 민생 이슈를 선점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임기 4년차 수평적 당정청 관계를 강조했다.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 등 주요 정책기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에 휩싸인 여당의원들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집권당 원내지도부 교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새 경제사령탑에 내정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MB노믹스를 고수할 것으로 보여 당과 청와대ㆍ정부 간 샅바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당의 새 원내지도부는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뒤 당정청 조율과정에서 유보됐던 감세철회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보육ㆍ교육지원 확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10조원의 서민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세철회와 함께 세계(歲計)잉여금 우선순위 조정과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법인세 감세는 필요한 부분이 있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이번주 중 만날 예정인 박 전 대표도 (감세철회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며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총의를 묻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정두언 최고위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개정안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 구간의 법인세를 예정대로 내년 소득 과세분부터 22%에서 20%로 낮추되 100억원 초과분의 경우 현행세율 22%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정 최고위원 등 소장파가 의원총회을 소집해 감세철회를 공론화하자고 주장해왔고 친박계도 적지 않게 동의해왔다는 점에서 감세철회 쪽으로 당론이 모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소득자의 소득세율 감세(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35%에서 2%포인트 인하) 철회는 상당 부분 당의 컨센서스가 모아진 상태다. 이 정책위의장 등 신주류는 "서민예산을 많이 확보해 불신 받는 친서민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부 측과 당내 친이계 일부에서는"이명박 정권의 철학을 흔들 수 없다. 정책변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박해 당정간에 적지 않은 마찰음이 예상된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보금자리지구의 임대비중 확대 등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손질을 요구했다. 전월셋값 폭등에 대한 단호한 대처도 주문했다. 물가대란에 대해서도 "금리를 아주 단계적으로 인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고 고환율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단호한 억제 방침이나 수쿠크법에 대한 미온적 입장도 정부의 생각과는 상당히 배치된다. "그동안 성장주도 경제정책으로 양극화가 아주 심각하게 진행됐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해야 한다(이 정책위의장)" "당과 정책조율에 애로가 많게 됐다.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재정부 관계자)"는 당정 간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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