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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문화다] <9> 강남 'LIG 타워'

김병현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br>1·2층 필로티 공간 마치 갤러리에 온듯


‘도심 속 작은 ‘쉼’의 공간.’ 많은 건축가들은 좋은 건축물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기회가 돼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휴식이란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휴식도 포함된다. 하지만 도심의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 같은 건축의 기능을 되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현실적 제약과 건축의 참된 기능 사이에서 건축가가 찾아낸 대안이 바로 ‘건축과 문화’의 접목이다. 강남 ‘LIG타워’는 이 같은 조화를 잘 살린 하나의 모델이다. 강남역 8번 출구에서 나와 역삼역 방향으로 100m쯤 걷다 보면 스테인리스와 유리로 쭉 뻗어 올라간 건물과 만나게 된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스테인리스 기둥과 유리는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한다. 지상 19층 높이의 이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일단 대지를 가득 메우기 급급한 주변의 다른 건축물과 차별되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1~2층이 빈공간인 필로티로 처리돼 있다는 점이다. 보통 주변의 다른 회사 사옥들이 사람이 현관에서 나오자마자 거리로 내모는 것과는 달리 이 건물은 필로티가 건물 내부와 거리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해준다. 필로티 자체가 휴식의 공간이 돼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테헤란로에서 건축주가 1~2층 공간을 필로티로 할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도심 속 문화의 저변확대’에 기여한다는 LIG손해보험 측의 메세나 정신이 한몫 했다. 이 같은 정신은 사옥 로비에서 또 한번 발견된다. 필로티를 지나 사옥 로비에 들어서면 방문객은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고 백남준씨의 비디오아트 작품과 맞닥뜨리게 된다. ‘엘리펀트 게이트’란 작품이다. 또 로비의 사방 벽에는 사람의 귀에 들리는 소리를 형상화한 듯한 추상화 3점이 전시돼 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재미 서양화가 이상남씨의 작품들이다. 필로티에서 LIG아트홀이 있는 지하 2층까지 마치 거대한 기둥을 꽂아놓은 듯 원형으로 처리된 공간이 있다. 직선이 주를 이루는 건물 한가운데서 원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채롭다. 여기에 푸른색 스테인드글라스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나열돼 있어 밤에 조명을 받으면 그야말로 야외 갤러리가 되는 것이다. 지하 2층에 있는 LIG아트홀은 이 회사가 펼치는 메세나 활동의 정수다. 170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LIG 측에서는 이를 가능성 있는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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